문화일반

[생물이야기]새끼 옮기고 저장하는 볼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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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3>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처음엔 겉이 매끈했던 골프공을 썼다고 한다. 홈(딤플)은 공이 날아갈 때 공기저항을 줄여 멀찌감치 날게 한다. 다시 말하면 딤플 때문에 공에 공기의 소용돌이(와류, 渦流, turbulence)가 생겨 공기저항을 줄여줌으로써 멀리 날아간다. 아무튼 매끈한 공은 더덕더덕 홈이 난 것보다 비거리(飛距離)가 훨씬 짧다. 누군가는 이를 에둘러 “때론 일평생 호강에 겨워 산 밋밋한 사람보다 사무치게 굴곡진 울퉁불퉁하게 홈 진 삶을 산 사람이 한결 속 깊고 더 멋 난다”라고 했다.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런데 딤플의 개수뿐만 아니라 패인 깊이(보통 0.254mm)도 공의 비행 속도․각도․회전속도에도 퍽 민감하다고 한다. 그렇다. 양주에도 ‘dimple’이란 이름을 가진 술이 있지!?

그런데 포유동물 중에는 아래턱과 입안 볼 사이에 큰 주머니(pocket)를 가진 것이 있다. 볼주머니(cheek pouch/buccal pouch)라 부르는 것으로 한자어로 협대(脥袋: 뺨脥 주머니袋)라 하며, 한 마디로 ‘두 입을 가진(two mouths) 동물들’인 셈이다. 이들 동물은 양 볼 안에 먹잇감이나 다른 물건들을 집어넣어 딴 곳으로 옮긴다. 협대를 가진 동물에는 호주에 사는 가장 하등포유류로 치는 오리너구리(platypus)를 위시하여 다람쥐나 날다람쥐 등의 다람쥣과 동물과 햄스터(hamster), 일부 박쥐, 원숭이들이다.

오리너구리는 오리너구릿과의 포유동물로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특산이다. 수달과 비슷하고, 주둥이는 길어 오리의 부리 같으며, 발가락에는 물갈퀴가 있고, 알을 낳고, 품어 깐 새끼는 젖을 먹이는 조류를 닮은 포유류이다. 오리 닮은 부리에 알을 낳는 것은 조류의 특징이고, 새끼를 젖 먹여 키우는 것은 포유류의 특징이다. 오리너구리가 물에서 지렁이․수서곤충․민물새우 등을 잡아 주머니에 넣고 물 위로 떠 올라온다. 보통 동물들은 잠시 먹을 것을 주머니에 넣어 안전한 장소로 운반하는데, 햄스터는 거기에 새끼를 넣어 옮기고, 또 공기를 불룩이 넣어서 부력을 만들어서 강물을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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