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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반칙 선거’

프랑스의 저술가 귀스타브 르봉은 1895년 발간된 저서 ‘군중심리’에서 반칙 선거의 횡행을 유권자 탓으로 돌렸다. “유권자에게서 나타나는 군중의 속성은 빈약한 사유능력, 비판정신의 결여, 쉽게 흥분하는 성질, 잘 믿는 경향, 단순함 등이다. 유권자들은 자신에게 알랑거리며 탐욕과 허영을 만족시켜주는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선동가는 도를 넘어서는 아첨을 쏟아부어야 하며, 가장 환상적인 약속들을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우리 정치판의 반칙은 강도가 더 세지고 있다. 그만큼 효과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22대 총선에서도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자마자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난무하고 고발전까지 이어지고 있다. 일단 주장이 제기되고 나면 사실이 아니더라도 ‘사실 아님’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아니라고 해명해도 단순히 믿어버리는 사람들이 있고, ‘좀 과장이야 있겠지만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 하는 식으로 반쯤 믿는 유권자도 적지 않다. ▼상대방에 대한 네거티브 캠페인이 먹혀드는 것은 바로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 탓이다. 확증 편향은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이다. 즉, 논리적·분석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동안 자신이 품어 온 신념이나 편견으로 판단해 버린다는 게 골자다.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이성에 앞서 감정이 먼저 개입된다는 얘기다. 후보를 선택할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후보자의 선거공약이나 치적을 따지기보다는 평소에 느꼈던 감성적 판단으로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장점을 부각하는 선거운동이 정치 개혁의 첫걸음이다. 상대 후보의 결점을 강조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있지도 않는 허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사기다. ‘독재자에 맞서는 법’의 저자이자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마리아 레사는 “우리는 2024년 말까지 민주주의가 살 것인지 죽을 것인지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정치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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