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김여정 "日, 조일관계 첫발 내디딜 용기 전혀 없어…어떤 접촉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

"조·일 수뇌 회담은 우리에게 있어서 관심사가 아니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26일 일본 측과의 그 어떤 접촉도, 교섭도 외면하고 거부할 것이라며 향후 일본과 정상회담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내놓은 담화에서 "일본은 역사를 바꾸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며 새로운 조일(북일)관계의 첫발을 내디딜 용기가 전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부부장은 "저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그 무슨 핵·미사일 현안이라는 표현을 꺼내들며 우리의 정당방위에 속하는 주권행사를 간섭하고 문제시하려 들었다"며 "해결될래야 될 수도 없고 또 해결할 것도 없는 불가 극복의 문제들을 붙잡고 있는 일본의 태도가 이를 말해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상 최저 수준의 지지율을 의식하고 있는 일본 수상의 정략적인 타산에 조일관계가 이용당해서는 안된다"며 ""전제조건 없는 일·조(日·朝)수뇌회담"을 요청하면서 먼저 문을 두드린 것은 일본 측"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조·일(朝日) 수뇌 회담은 우리에게 있어서 관심사가 아니다"고 못 박았다.

전날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담화에서 김 부부장은 "최근에도 기시다 수상은 또 다른 경로를 통해 가능한 빠른 시기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을 직접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부부장은 북일 정상회담을 하려면 북한 무기 개발에 간섭하지 말고 일본 정부가 회담을 통해 풀어야 할 핵심 과제로 꼽는 납북자 문제에 대해서도 거론하지 말라고 재차 주장했다.

이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금 결정된 것은 없다"며 "북한과 모든 현안을 해결하려면 정상회담이 중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편,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아사히신문은 전날 공개된 '김여정 담화'와 이에 대한 기시다 총리 대응과 관련해 "총리는 정상회담 실현에 거듭해서 의욕을 보였지만, 북한에는 한미일 협력 관계를 흔들려는 생각도 있는 듯하다"고 짚었다.

아사히는 김 부부장이 언급한 '또 다른 경로'에 대해 "일본 정부는 내각관방과 외무성 관계자 등 복수 경로로 북한과 접촉하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담화에 대해 "일본 정부 내에서는 의도를 신중히 지켜봐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북한 측 의도에 넘어가지 않기 위해 과도한 반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납북자 문제에 대한 북한과 일본 간 견해차가 크고, 북일 정상회담이 납북자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일본에서 거센 비판이 일 수 있어서 회담이 성사돼도 위험 요소가 많다는 분석도 있다고 덧붙였다.

보수 성향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도 납북자 문제를 둘러싼 북한과 일본 간 인식 차이가 새삼 드러났다면서 납북자 문제 해결을 확인하지 않은 채 정상회담에 임하는 것은 유리한 계책이 아니라는 의견이 여당 내에 뿌리 깊게 퍼져 있다고 전했다.

각료 경험자는 김 부부장이 두 달 연속으로 북일 정상회담 관련 담화를 내놓은 데 주목하면서 "북한 요구를 일본이 수용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 아닌가"라는 견해를 보였다고 요미우리는 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1970∼1980년대 자국민 17명이 북한으로 납치돼 12명이 북한에 남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북한은 12명 중 8명이 사망했고 4명은 아예 오지 않았다며 해결해야 할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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