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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올 92개 학급 사라져, 인구정책 대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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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내 24개 학교 신입생 없어 입학식 못 해
이대로 가면 교육, 국방 등 각종 시스템 붕괴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는 통 큰 정책 필요

올해 도내 24개 학교가 신입생 한 명 없어 입학식을 하지 못한 채 새 학기를 시작해야 한다는 소식은 우리를 절망하게 한다. 학생 수 급감으로 사라지는 학급 수도 92개에 이를 전망이라고 한다. 특히 도내 초등학교의 상황은 심각하다. 학생 수와 학급 수의 동반 하락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초등학교 학생 수는 2023년 6만9,388명에서 올해 6만6,049명으로 3,339명(전체 3,181명)이나 감소했다. 신입생이 1명인 초등학교도 19곳에 달했다. 이는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이 지난 13일 발표한 자료다. 인구 정책의 대전환을 해야 하는 절박한 시점이다. 인구 감소는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강원특별자치도의 하락 속도는 유난히 빠르다.

저출산과 인구 감소는 국가 위상의 추락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생산 인구의 감소와 노령 인구 증가로 인한 기형적 인구구조는 청장년층에 엄청난 사회·경제적 부담을 안길 것이다. 훗날 노년층 복지 축소 여부를 놓고 세대 간 갈등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한국이 저출산 문제로 국가 자체가 소멸하는 ‘인구 붕괴론’ 우려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사람 부족으로 교육, 국방, 노동, 의료 등 각종 시스템이 무너져 결국 나라가 붕괴한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12월 0.7명으로 떨어진 한국의 합계출산율에 대해 현재 200명이 다음 세대에 70명으로, 그다음 세대에는 25명 이하로 줄어드는 것이라며 “이는 흑사병이 창궐한 14세기 유럽 인구 감소를 능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60년대 말까지 한국 인구가 3,500만명 아래로 급락하면서 방치된 노인 세대, 황폐화된 고층 빌딩과 유령 도시, 미래가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의 이민 등으로 한국 사회를 위기에 빠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더욱 걱정스러운 건 세계 최악의 출산율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저출산 문제는 백약이 무효’란 생각이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그동안 저출산 대책에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었다. 즉, 2006년 이후부터 2023년 말까지 380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했다. 그러나 들어간 예산에 비해 성과는 초라하기만 하다. 지금껏 정부와 자치단체가 세운 저출산 대책이 젊은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 방안이거나, 너무 소극적인 지원을 하는 건 아닌지 돌이켜 봐야 한다. 아이만 낳으면 국가가 키워 준다는 정도의 통 큰 정책이 필요하다. 청년층의 고용 불안을 자극하는 노동시장 이중 구조, 잔혹한 입시 경쟁, 수도권 집중 등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지금 저출산 문제를 풀지 못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하루빨리 지속 가능한 구조 개혁에 나서는 동시에 혼외자 차별 같은 고루한 인식을 바꿔야 나라와 지역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 ‘국가적 자살’이라는 말이 나오는 유례 없는 낮은 출산율을 이대로 방치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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