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 ‘점(占)’

세종대왕이 사주를 봤다는 기록은 조선왕조실록에 나온다. 실록에 보면 이렇게 적혀 있다. ‘나는 본래 복자(卜者·점치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또한 헤아리기 어려운 것이 있는 것은, 연전에 복자들이 모두 말하기를 “7, 8월에 액이 있다” 하더니, 7월에 이르러 병이 발생하였다. 복자가 또 이르기를 “금년에도 역시 액이 있다” 하므로, 연희궁으로 이어(移御·임금이 거처를 옮김)하여 이를 피하려고 하였더니... 7월에 또 경미한 질병을 얻었으니, 복자의 말이 허망하지 않은 것 같다.’(세종 8년·1426년) ▼우리는 옛날부터 길흉화복을 미리 알고 싶어 했다. 그래서 해가 바뀌면 1년이 무탈하게 지나갈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지금도 많다. 올해는 권력과 부귀를 상징하는 푸른 용의 해다. 용은 십이지 동물 중 생존하지 않는 상상 속의 동물이다. 용수오복(龍輸五福)이라고 했다. 용이 오복을 가져온다는 의미다. 요즘처럼 살기가 힘든 때일수록 대박의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우리 모두 희망을 갖고 소박한 꿈을 일궈 가는 갑진년이 되기를 바란다. ▼최근 점집을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선거나 대학입시 때만 되면 점집은 찾아오는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룬다고 했다. 올해는 4·10 총선이 있다. 당선되면 사모관대를 하고 꽃가마를 타는 것과 같다. 속된 말로 팔자가 바뀐다. 여야의 공천작업이 한창이다. 각 당과 입지자들의 마음이 나약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을 탓할 수는 없다. 하지만 평소에 잘했다면 굳이 점집까지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우리 속담에 “홍두깨에 꽃이 핀다”는 말이 있다. 가난하고 궁하던 사람이 좋은 운을 만나면 부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액운을 만났을 때다. 운이 안 좋을 때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것이 건강이다. 따라서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가꿔야 한다. 나쁜 기운을 극복할 수 있는 에너지도 심신이 강건할 때 더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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