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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또 오르는 유가, 물가 상승률 2%대 유지 가능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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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다시 오르면서 6개월 만에 2%대를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또 3%대로 뛸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2월 첫째 주(4~8일) 도내 휘발유 가격은 전주 대비 16.54원 인상된 ℓ당 1,610.10원으로 집계됐다. 휘발유값이 1,600원을 넘긴 것은 지난해 12월 넷째 주 이후 6주 만이다. 같은 기간 도내 경유 가격은 1주일 전보다 13.06원 상승한 ℓ당 1,518.86원을 나타냈다. 경유 가격은 1월 넷째 주(1,498.7원) 1,400원대까지 떨어졌으나 1주일 만에 오름세로 전환한 뒤 상승 폭을 키우고 있다. 업계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기름값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불안한 기름값이 가까스로 안정된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

친이란 민병대의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숨지자 미국이 보복에 나서면서 더욱 혼란스러워진 중동 상황이다. 덩달아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유가 불안의 파고는 더 심해지고 있다. 세계 해운 교역량의 12%, 컨테이너 물동량의 30%를 담당하는 수에즈운하 불안정으로 선박들이 희망봉으로 우회하면서 물류비가 천정부지로 급등했다. 우리가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원유의 69%는 중동에서 들여온다. 따라서 오는 29일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의 재연장 여부도 주목된다. 현재 휘발유에는 25%, 경유와 LPG부탄에 대해서는 37% 인하율이 적용되고 있다. ℓ당 인하액은 휘발유 205원, 경유 212원, LPG부탄 73원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아직 정해진 바 없다는 입장이지만 인하 조치 종료 시 서민 부담이 늘어나고 간신히 2%대에 진입한 물가의 상승세를 다시 부추길 수 있다.

중동 사태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더라도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피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오일쇼크’와 같은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관련 부처와 기업이 유기적인 협조 체제를 마련해 공급망 위기를 타개할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물류비와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이 심해질 것인 만큼 물가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물가 통계의 비교 대상인 지난해 상반기에는 3~5%대의 고물가가 유지됐다. 2%대 물가의 조속하고 확실한 안착에 느슨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고는 회복세를 예단하기 어렵다. 국민이 더 체감하는 것은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 주는 근원물가보다 단기 가격 변동성이 큰 부분의 물가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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