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가정폭력은 심각한 범죄, 더는 관대하지 말아야

도내 ‘가정폭력’ 신고가 매년 6,000건 이상 접수되고 있다. 가족 구성원의 폭력으로 위협받고 있는 위험한 가정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경찰청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2019~2022년)간 강원지역에서 접수된 가정폭력 112 신고 건수는 2만6,591건으로 한 해 평균 6,648건씩 발생했다. 통계에 잡히지 않은 사례까지 합하면 훨씬 많을 것이다. 실제 가족들 사이 사소한 말다툼이 폭력으로까지 이어지고 심지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가정폭력은 흔히 부부싸움만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구속된 가정폭력 사범 중 존속 폭행으로 붙잡힌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날이 갈수록 가정폭력의 빈도나 강도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가정폭력 사범이 구속되는 사례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최근 4년간 도내에서 가정폭력으로 구속된 인원은 70명으로 한 해 평균 17.5명 정도였다. 신고 건수에 비해 실제 검거 건수가 현저히 낮은 상황이다. 그 이유는 가정폭력 범죄의 과반수가 단순 폭행·협박 등 반의사 불벌죄에 해당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을 시 공소 제기 가능성이 없어 현행범 체포가 어려운 탓이다. 지나친 온정주의 때문에 가정폭력 재범률은 되레 늘고 있다. 처벌을 원치 않는 경우가 많아 가정폭력 범죄의 상습성, 위험성도 커지고 있다.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가정 보호 및 유지’를 입법 목적으로 수사기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일반 폭력 사건이었다면 형사 처벌할 일도 가정에서 일어나면 접근금지 명령 등 미약한 처분에 그친다.

우리 사회에는 남의 집안일에 참견하지 말아야 한다는 통념이 있다. 하지만 가정폭력은 집안이나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범죄 행위다. 가장 안전해야 할 집에서 가장 믿고 의지하는 가족 구성원으로부터 당하는 생명이나 신체를 위협하는 폭력에 더 이상 관대해선 안 된다. 가정폭력의 경우 성폭력이나 아동학대, 학교폭력 등 다른 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처음부터 철저하게 막으려는 노력이 있어야 더 큰 피해를 방지할 수 있다. 가정폭력은 지위, 학력, 빈부와도 관계없다. 발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 정부의 역할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피해 당사자가 먼저 나서는 것이 또 다른 문제를 예방하는 길이다. 혼자 힘으로 해결이 어렵거나, 경찰에 신고하기가 꺼려지면 상담을 통해서라도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 가정폭력 피해자를 도우려는 긍정적인 ‘이웃의 힘’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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