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지역 국립대병원 키우기, 용두사미 돼선 안 돼

정부, 필수의료 강화 추진 방침 발표
강원도 응급의료시설 전국에서 가장 열악
의대 정원 매듭짓고 의료 백년대계 수립을

정부가 지난 19일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각 지역 국립대병원을 서울 대형병원 수준으로 육성하고, 국립대병원 중심의 필수의료 강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서는 2025학년도부터 시행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충북대에서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회의를 주재하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지역완결적 필수의료 혁신 전략’을 발표했다. 의사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의료체계는 서서히 무너지게 된다.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와 지방병원 응급실에서 시작된 작은 균열은 대도시 응급환자와 지방 모든 입원환자 진료로 퍼져 나갈 것이 분명하다. 2026~2028년 사이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유명 대학병원 분원 6,000병상이 수도권에 문을 연다고 한다. 이들 병원이 지방 대학병원 의사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면 지역 의료체계 붕괴는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하루속히 의대 정원을 확충해야 한다.

늘어난 정원으로 의사가 부족한 지방과 의료취약지에서 일할 의사를 배출해야 한다. 이러한 때에 정부가 지역 국립대병원을 집중 육성하기로 한 것은 옳은 정책 방향이다. 특히 강원특별자치도 의료 인프라는 그야말로 열악하기 그지없다. 실제 나라살림연구소가 보건복지부의 ‘2020년 의료취약지 모니터링 연구’, ‘2021년 예산설명서’를 토대로 전국 응급의료·분만·소아청소년과 취약지 현황, 예산 지원 실태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도내 응급의료취약지는 18개 시·군 중 15곳(83.3%)으로 전국에서 가장 낙후됐다.

보건복지부 기준 의료취약지는 크게 ‘응급의료취약지’, ‘분만취약지’, ‘소아청소년과취약지’, ‘인공신장실취약지’ 등으로 나눈다. 이 중 응급의료취약지는 응급상황 발생 시 ‘지역응급의료센터’에 30분, ‘권역응급의료센터’에 1시간 안에 접근할 수 없는 인구비율이 27% 이상인 곳이다. 도민들의 생명과 안전이 그만큼 보호받지 못하는 곳이 많다는 의미다. 응급의료는 주민의 안전과 생명에 직결된다. 기본권 측면에서도 반드시 개선돼야 할 지역 현안이다. 2019년 기준 강원도의 치료가능 사망률은 46.73명으로 충북(46.95명)에 이어 전국 17개 시·도 중 2번째로 높았다. 이런 현실에서는 노인만 늘어나는 인구 구조의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강원도 내 대부분 지역이 저출산·고령화로 인구 소멸지역으로 지목되는 것 역시 의료시설의 빈약함과 무관하지 않다. 국토의 고른 발전을 위한 종합 대책이 필요하듯 지역 균형 의료정책이 그래서 절실하다. 지금처럼 수도권에 쏠린 종합병원 설립을 방치하면 시장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일이 많아질 수밖에 없다. 적절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수도권 의료 집중 현상을 막아야 한다. 의사 확충의 방향과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대 정원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고 의료 백년대계를 수립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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