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학자금 대출 체납 급증, 청년 파산 막을 대책은

도내 학자금 대출 체납액이 11억4,000만원에 달하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한 후에도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워킹푸어’ 청년들이 그만큼 많다는 분석이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2년 도내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 체납자는 974명이었다. 384명이었던 2018년과 비교해 2.5배 늘었다. 이들이 갚지 못한 미정리체납액은 11억4,200만원으로 집계됐다. 2018년 4억2,100만원에서 4년 만에 무려 2.7배나 불어났다. 2020년(10억7,700만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도내 학자금 대출 체납액이 2년 연속 10억원을 넘긴 것도 이번이 최초다. 체납 규모가 크다는 것은 대학 졸업 후 학자금 대출을 갚지 못할 정도로 경제적 여건이 나쁜 청년이 증가하고 있다는 의미다. 도내 대학 졸업생들이 사회생활 시작부터 빚에 짓눌리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취업난이 심해져만 가는 상황을 고려하면 앞으로가 더 걱정스럽다는 점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에 학자금 대출이라는 짐을 지고 출발선에 서 있지만 대학 졸업 후에도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 도내 청년들은 고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얻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도내 15~29세 청년층 고용률은 44.7%로, 60세 이상 연령층(55.4%)에 못 미쳤다.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구하기 힘들어 택배사의 새벽 배송 외에는 자리가 없다는 아우성이 나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수개월 이상 이자를 내지 못해 결국 개인 회생 절차까지 밟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경제 여건이 악화되면서 신용불량자가 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청년 채무 상환 유예제도 등이 있으나 보다 근본적인 지원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대출과 빚으로 고통받는 청년이 증가하면 결혼이나 내 집 마련 등 미래 설계 과정에서 한계에 직면하고 경제 활동에도 지장을 받게 된다. 청년층 부채의 악순환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학자금 체납 급증 수치는 일자리 및 임금 소득·인구 등에서 최하위권인 도내 현실을 보여주는 지표다. 청년이 고향에 살고 싶어도 좋은 일자리가 없으니 타지로 떠날 수밖에 없다. 지역에서 직장을 찾아도 고용의 질이 나쁘면 결혼을 미루고 이는 출산율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청년 고용의 양과 질이 모두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학자금을 갚을 여력이 되는 청년이 얼마나 되겠는가. 한창 꿈에 부풀어야 할 젊은이들이 제대로 꽃을 피워 보기도 전에 파산자로 몰리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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