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예산 낭비한 공공사업, 피해자는 결국 주민이다

전임 도정 때 320억 투입된 ‘전기차'' 회생 신청
사전에 엄밀히 수익성 따지는 기준 세워야
지방의회, 예산 감시 기능 강화해 나갈 때

경제성이 떨어지는 사업에 수십억원의 예산이 들어가면 정작 더 중요한 사업이나 민생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사업성이 없어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예산만 낭비하는 꼴이 되고 그 피해자는 결국 주민이 된다.

‘일단시켜’ 등 전임 강원도정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한 지원 사업들이 5년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27억원을 들여 개발한 ‘일단시켜’는 다음 달 15일부터 서비스가 종료된다. 막대한 예산이 투입됐지만 누적 가입자 수는 8월 기준 총 12만3,000여명으로 도내 전체 인구(153만여명)의 8%에 불과하다. 강원도가 51억원을 들여 개발한 애플리케이션 ‘우리도’ 역시 도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도’(나야나)는 도가 지난해 4월 출시한 블록체인 기술 기반 민원 통합서비스 플랫폼이다. 국·도비, 민간투자비 등 개발에만 51억5,000만원이 투입됐다. 그러나 1년3개월이 지난 7월 말까지 누적 가입자 수가 13만명이다. 이용률은 극히 저조하다. 횡성의 완성형 전기차 업체 ‘디피코’는 지난달 31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냈다. 임금 체불, 이자 연체 건이 누적되며 더 이상 경영을 지속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2020년 5월 횡성으로 본사를 이전한 디피코는 강원도의 전폭적인 행·재정적 지원에 더해 당시 정부가 ‘횡성 전기차 클러스터’를 상생형 지역 일자리 사업으로 선정하면서 도 대표 주력 산업으로 주목받았기에 안타깝다. 여기에 320억원이 투입됐다. 예산만 낭비하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지방 재정에 책임 원리부터 작동시켜야 한다. 사전에 엄밀히 수익성을 따지는 원칙과 기준을 세워야 한다. 광역자치단체는 물론이고 기초자치단체도 예외일 수 없다. 자치단체장은 국비 따내기에 골몰하고 지방의회는 거수기 역할만 하는 관행에도 제동을 걸어야 한다. 지방의회는 자치단체가 벌이는 사업에 대해 일도양단식으로 일일이 간섭하고 통제해서도 안 되지만 예산 낭비 요인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짚고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민선 자치시대에 접어들면서 예산 낭비의 1차적 책임은 전시·과시용 사업에 골몰하는 자치단체장에게 있다. 사업 타당성과 재정 건전성을 제대로 비교 분석하지 않은 공무원들도 공범(共犯)이다. 피해자인 주민들도 자치단체의 사업에 관심을 갖고 여러 통로를 통해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이제 주민들도 분노할 줄 알아야 한다. 예산 감시 운동에 나서야 한다. 그것이 실질적인 자치와 분권을 이뤄내는 지름길이자, 일류 주민이 되는 길이다. 예산의 효율 없이는 자치단체의 효율을 기대하기 어렵다. 예산은 그 쓰임새에 따라 주민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예산 내역 공개는 지역 살림에 대한 주민의 관심을 자극하면서 모니터링과 참여를 촉진시킨다. 당연히 예산 집행의 오·남용 사례 확인은 물론 재정 건전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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