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현수막’ 공해를 이대로 방치해선 안 된다. 주요 육교를 비롯해 횡단보도 옆 가로수까지 무차별적으로 내걸린 현수막은 짜증을 유발하며 통행에 불편을 주고 있다. 내용은 원색적이고 유치하다. 지난 2일 춘천시 퇴계동 남춘천역 보도 육교는 3개 정당의 현수막 5개로 덮였고, 인근 횡단보도 옆 가로수에도 5개 정당 및 시민단체가 내건 정치 현수막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친일 매국 핵 오염수’ 혹은 ‘괴담으로 민생 파괴’란 거친 문구는 물론 김건희 여사 양평 고속도로 특혜를 주장하며 대통령 탄핵을 거론한 현수막도 보였다. 내년 4·10 총선을 8개월여 앞두고 도심 곳곳이 정치 현수막으로 뒤덮여 무더위에 지친 주민의 불쾌지수를 더욱 높이고 있다. ‘정치 현수막’ 공해는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옥외광고물관리법)이 개정되면서 시작됐다.
즉, 정당이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표시·설치하는 옥외광고물에 대하여는 옥외광고물관리법에 따른 허가·신고, 금지·제한을 적용하지 않도록 하는 개정 옥외광고물관리법이 2022년 12월부터 시행됐다. 이에 따라 정당의 옥외광고물 설치에 수량과 규격 제한이 사라지며 각 정당은 홍보 효과가 큰 현수막을 다량 게시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 옥외광고물관리법 시행 이후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이 증가했고, 정당 현수막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는 등 정당 현수막이 국민의 생활에 불편을 끼치고 있다. 사고 사례로는 현수막에 걸려 넘어짐, 운전자 시야 방해, 현수막이 걸린 가로등 전도(顚倒) 등이다.
이에 행정안전부는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정해 5월8일부터 실시하고 있으나 대응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또 있다. 정치 현수막은 국민 생활 불편을 넘어 선거의 공정성을 위협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현수막 등의 설치를 금지한 공직선거법 90조 1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및 1년 내 보완입법을 결정했지만 국회는 방치했다. 그 결과 누구나 선거 현수막을 게시할 수 있게 됐다. 그렇지만 정작 선거에 출마할 정치 신인은 사전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60조의 3 규정 때문에 예비후보자 등록 때까지 현수막을 걸 수 없다.
최악의 현수막 공해도 모자라 기득권을 가진 기성 정치인과 정치 신인의 불평등 구조까지 만들어진 형국이다. 여야는 관련법의 즉각 개정에 나서야 한다. 물론 제작비용이 저렴하고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단순· 명료하게 전달할 수 있는 정당 현수막은 정당의 효과적인 홍보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 난립은 정당 활동 홍보가 아닌 정치를 외면하게 하는 요인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 국회와 정부는 국민의 불편을 인지하고 구체적이고 명확한 법령 및 규칙 재정비를 통해 정당 활동을 보장하면서도 안전한 옥외광고물 질서가 양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