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펄펄 끓고 있다. 지난 1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지는 등 불볕더위가 계속되고 있다. 폭염에 전국에서 온열질환자가 잇따라 발생하자 정부는 사업주의 작업중지권 사용을 권고하기도 했다. 고령자들을 중심으로 온열질환자 급증이 우려되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초비상이 걸렸다. 행정안전부는 폭염 대비를 위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를 가동했으며, 4년 만에 폭염 위기 ‘심각’ 경보를 발령했다. 이날 경기 여주시 점동면은 오후 3시31분 기온이 38.4도를 기록했다. 해가 진 뒤에도 더위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도심지와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기온이 25도 이상을 유지하는 현상)가 이어졌다.
온열질환자를 속출시키고 있는 폭염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측된다. 제6호 태풍 ‘카눈’이 동중국해에서 고온다습한 공기를 우리나라에 주입함으로써 앞으로도 한동안 무더위가 이어질 전망이다.
이제 폭염을 기후변화에 의한 재난으로 인식해야 한다. 홍수나 태풍처럼 건물 하나 파괴하지 않으면서 조용히 많은 생명을 앗아 간다. 실제로 태풍이나 호우보다 폭염으로 더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정부는 2018년 온열질환으로 48명이 사망한 후 폭염을 자연재난에 포함시켰다. 그해부터 4년간 질병청이 집계한 폭염 사망자는 146명에 달한다. 이 기간 호우·태풍·강풍·대설을 합친 자연재해 사망자(218명)에서 폭염이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올여름은 ‘역대급’ 더위다. 2018년과 같은 ‘최악의 폭염 사태’가 재현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특히 건설 현장의 폭염에 대비한 안전도를 제고하고, 쪽방촌을 비롯한 취약 주거지를 집중 점검해야 한다. 폭염 재난은 다른 재난들보다도 빈부의 차이와 재난에 대한 취약성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은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폭염 취약계층에 대해 에너지바우처 등 전기요금 지원과 함께 이동식 에어컨, 냉풍기, 쿨매트 등 개별 냉방용품의 대여·지원을 확대해야 할 때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에서 작성한 ‘COVID-19 및 냉각센터 지침’에서도 ‘저소득 가정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 또는 가정용 에어컨 사용을 위한 재정 지원과 같은 유틸리티(Utility)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거나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폭염 취약계층이 가정용 에너지를 쓸 수 있게 됨으로써 ‘무더위 쉼터’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도하고 있는 유휴호텔을 임대한 ‘야간안전숙소’ 운영도 폭염 대응 방안의 일환으로 고려할 수 있다.
현재 국회에는 폭염 시 업무의 일시 중지나 휴게시간 확대 등을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여럿 발의돼 있다. 여야는 폭염이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없도록 머리를 맞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