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17일 오전까지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 피해는 사망 40명, 실종 9명 등 49명에 이른다. 또 안전사고 인명 피해는 사망 4명, 실종 1명이다. 1시간에 50㎜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는 극한호우를 감안하더라도 장마철 인명 피해로는 이례적으로 큰 규모다. 도내에서는 15일 오전 8시22분께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 인근에서 주민 A(65)씨가 로프와 연결된 벨트를 착용하고 길을 건너다가 급류에 휩쓸려 숨졌다. A씨는 소 먹이를 주기 위해 나섰다가 사고를 당했다. 폭우로 63가구 103명이 대피하고 태백선, 영동선, 중앙선, 관광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공공 구조물이 무너지거나 토사가 유출되는 사고도 곳곳에서 13건 발생했다.
해가 거듭될수록 극한호우가 잦아지다 보니 미처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돌출하고 있다. 정선군 군도 3호선 피암터널 구간 경사면에서는 이달 들어 네 차례 산사태가 났다. 사고가 일어난 지역은 2007년, 2019년 피암터널 공사를 마치고 급경사지 재해위험지구에서 해제된 곳이다. 재해위험도 등급도 C등급으로 붕괴위험지역(D·E등급)도 아니었지만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 산사태가 발생했다. 계속된 비로 물러진 지반에 다시 물폭탄이 떨어지니 속수무책이다. 재해 전문가들은 이상기후 수준이 기존 방재 대책으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극한호우는 2013년 48건, 2017년 88건, 지난해는 108건으로 매년 늘고 있다. 어느 곳이나 언제든지 재난이 닥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당장 폭우로 지반이 약해진 상태에서 도내에 18일까지 최대 120㎜의 비가 더 내릴 전망이다. 당국은 더는 피해가 없도록 만반의 대비를 하고 도민 개개인도 안전에 대해 한층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와 경북 등 전국에서 발생한 수해를 보면서 참담한 심정을 가눌 수 없다. 세월호 사고, 이태원 압사 참사, 포항 지하 주차장 침수 사고 등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안전 불감증’, ‘당국의 대처 미흡’을 모두가 입이 닳도록 외치고 있음에도 대형 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재해가 갈수록 극단적인 형태로 나타나면서 사전 대비에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지하차도 비극에서 보듯 ‘인재 논란’이 뒤따르는 것은 좀 더 제대로 대처했다면 하는 안타까움이 크기 때문이다. 침수 위험이 높은 지하 공간과 저지대는 물론 산사태, 공사장·옹벽·축대·제방 등의 붕괴 위험을 사전에 예측·분석해 최소한 같은 유형의 피해가 반복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 엘니뇨와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예측을 할 수 없는 미증유의 재난이 대형화하는 만큼 대책도 피해 복구를 넘어 전례 없는 수준으로 강화돼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지나치다 싶을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피해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