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北위성발사 관련 경계경보 오발령 행안부-서울시 교신체계 '구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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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오전 6시 43분부터 48분까지 5분간 모바일 버전 접속장애

◇북한이 우주발사체를 발사한 31일 오전 서울시가 발송한 경계경보 발령 위급 재난문자(왼쪽). 서울시는 이어 6시41분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이라는 문자를 다시 보냈다.

31일 오전 북한이 동창리 일대서 남쪽 방향으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하면서 서울시의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를 둘러싼 오발령 논란은 행정안전부와 서울시 간 명확하지 못한 교신이 일차적인 원인으로 파악된다.

행안부가 서울시에 보낸 지령방송 내용이 불명확했고, 서울시는 이를 추가로 확인하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시민 혼란만 가중됐다.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전반적인 교신 체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 민방위경보통제소는 이날 오전 6시30분 행안부 중앙통제소로부터 '현재 시각, 백령면 대청면에 실제 경계경보 발령. 경보 미수신 지역은 자체적으로 실제 경계경보를 발령'이란 내용의 지령방송을 수신했다.

시는 서울시로 방송이 수신됐고 '경보 미수신 지역'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없자 서울시가 자체 경계경보 발령 지역에 해당한다고 일차적으로 판단했다.

이어 추가 확인을 위해 행안부 중앙통제소에 전화를 걸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한다.

실제 상황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신속한 대응이 우선이라고 생각해 지휘 계통에 따라 보고한 뒤 승인을 받아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를 발송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행안부는 서울시가 지령을 잘못 해석했다는 입장이다.

행안부는 '경보 미수신 지역'이 백령도에서 백령면과 대청면 지역 중 기술적 결함 등으로 경보를 못 받은 지역의 경우 자체 경보를 발령하라는 의미였다고 밝혔다.

◇북한이 31일 오전 6시29분께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남쪽 방향으로 북한이 주장하는 우주발사체를 발사했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이날 오전 서울역 대합실 TV에 관련 뉴스속보가 나오는 가운데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모인 학생들이 갑작스럽게 울린 경보음을 듣고 휴대전화 위급재난문자를 확인하고 있다. 행안부는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이라고 정정했다.[사진=연합뉴스]

또한 서울시가 해당하지 않음에도 방송을 수신한 것은 지령방송이 전국 17개 시도에 공통으로 보내는 '자동 송출' 체계에 따라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17개 시도 중 왜 서울시만 오해했겠나"라며 "문구를 제대로 읽지 않은 것"이라며 서울시 탓으로 돌렸다. 이날 경계경보 위급재난 문자는 17개 시도 중 서울시만 발송했다.

하지만 행안부가 지령방송 문구를 '백령면 대청면 중 경보 미수신 지역은' 또는 '이 중 경보 미수신 지역은'이라는 식으로 더 명확하게 했다며 혼란이 없었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는 "간결하게 쓰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로서는 지령방송이 불명확한 상황에서 추가 확인 절차를 거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시민이 큰 혼란을 겪을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재난 문자 발송에 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수도 서울의 시민 안전을 책임진 입장에서 위기 발생 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신속히 판단해 '즉각조치'에 나선 것이며 이는 적극적인 행정의 일환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이날 낸 보도참고자료에서도 "상황이 정확히 파악되기 전에는 우선 경계경보를 발령하고, 상황 확인 후 해제하는 것이 당연한 절차"라고 밝혔다.

서울시 측은 "실제 상황일 경우 통화가 될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면서 "더구나 계속 북한이 6월10일 이전에 탄도미사일을 쏠 거라는 걸 염두에 둔 상황이어서 경계 단계의 문자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편적인 책임 공방을 넘어 이번 일을 계기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지령방송 등 교신 체계를 전반적으로 점검하고 세밀하게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부처의 한 재난업무 담당자는 "행안부와 국방부 등 중앙부처 사이에, 또 행안부와 지자체 간에 위기·재난 정보가 전파되는 과정이 어떤지를 차제에 점검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6시 43분부터 48분까지 5분간 네이버 모바일 버전에서 트래픽 폭증으로 인한 접속 장애가 발생했다.

이날 북한의 장거리 발사체 발사에 따른 안내 문자가 발송된 이후 네이버 모바일 버전에 정상적으로 접속할 수 없다는 일부 이용자들의 제보가 잇따랐다.

한 이용자는 "네이버 접속이 됐다 안 됐다를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네이버 모바일 버전에서만 잠시 접속 장애가 발생한 것은 북한 발사체 발사 이후 서울시가 문자메시지를 통해 경계경보 발령 소식을 전하자, 시민들이 모바일 폰을 통해 포털에 접속, 경보 발령 이유를 검색하려 하면서 접속자가 폭주한 탓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재난 문자 이후 트래픽이 폭증하면서 일시적으로 접속 장애 현상이 발생했다"면서 "비상 대응을 통해 다시 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웹 버전은 이상 없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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