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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소설 속 강원도] 광복 직후 철원 뒤덮은 첨예한 이념 갈등과 또 다른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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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이현 ‘1945, 철원'' (下)]
가족 간 대립구도 민족사 대변
당시 청소년들의 혼란 되짚어

우리의 문학사에서 분단문학이라는 분류가 있기는 하지만, 별도의 카테고리를 나눠 ‘철원문학’이라고 불러도 될 만큼 철원이 고향인 상허 이태준(1904~미상)의 문학작품을 비롯해 철원을 무대로 한 일련의 작품들에는 철원이기 때문에 생겨나는 비애감 같은 것이 특징적으로 녹아 있다. 지난주에 이어 소개하는 이현의 장편소설 ‘1945, 철원’에도 광복 직후 그리고 철원이라는 시대적, 장소적 배경에서 표출되는 등장인물 사이의 첨예한 대립과 갈등, 반목들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소설은 세상이 바뀌는 것을 알리는 라디오 방송, 일본의 패망 소식으로 시작된다. 소설의 중심인물로 등장하는 경애는 아버지가 지주(황인보)에게 죽임을 당하고 어머니는 트럭에 치여 세상을 떠나면서 졸지에 고아 신세가 된다. 두 언니(미애, 승애)와도 헤어진 경애는 ‘배롱나무 집’에서 종살이를 하는 신세다. 갑자기 찾아온 광복, 38선 북쪽에 위치한 철원은 일본군의 무장해제를 빌미로 소련군이 들이닥치면서 공산당이 권력을 잡게 된다. 이처럼 바뀐 세상에서 지주들은 종적을 감춰버린다. 경애의 삶에도 변화가 생긴다. 경성에서 유학하던 부잣집 딸 은혜와 함께 서점에서 일을 하게 되고 원산으로 떠난 뒤 3년 전부터는 아예 연락이 끊긴 둘째 언니 승애를 다시 만나게 된다. 남과 북, 이념과 상관없이 경애에게만큼은 희망의 날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철원애국청년단’이 나타나면서 평온했던 일상은 깨지기 시작한다. 그들이 저지르는 테러에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며 동요하기 시작한다. 승애는 친구들과 함께 테러의 주동자를 찾기 위해 경성으로 월남을 감행하지만 다시 돌아온 철원에서 자신의 우상이자 철원 공산당의 리더인 홍정두를 살해한 용의자로 체포된다. 소설 속에는 경애 이외에도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친일파 지주 황인보의 아들로 어린 시절부터 공산주의에 심취해 있는 기수, 그리고 경성에서 유학하다 잠시 들른 철원에 갇혀버린 철원 유지의 딸 은혜 등도 불안과 갈등을 안고 사는 이들이다. 그 가운데 부모님이 세상을 떠난 후 종연방적에 다니다 춘천으로 시집간 경애의 큰언니 미애는 철원애국청년단원이 되고, 둘째 언니 승애는 조선노동당원이 되며 서로 대립하는 모습은 가족사를 넘어 민족사의 비극을 대변하는 듯하다.

일제의 강점에서 벗어났지만 미국과 소련의 통제를 받아야 했던 혼돈의 기간, 그 시대를 살았던 청소년들은 과연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이해했을까를 생각하게 하는 소설이다. 결국 우리 민족에게 곧이어 일어난 또 다른 비극의 시작점에 대한 고민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소설의 속편 격인 이현의 ‘그 여름의 서울’에서는 6·25전쟁을 배경으로 살아남은 아이들과 월남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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