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내 건설업계가 본격적인 성수기를 맞이했지만 때아닌 시멘트 공급 부족이 공사기간 지연 등 지역 건설현장의 차질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도내 레미콘업체들은 시멘트 주문량의 50%만 겨우 공급받고 있다. BCT(벌크시멘트트레일러) 차량 6대 분량의 시멘트를 주문하면 2~3대만 배달받는 식이다. 이에 최근 강원북부레미콘사업협동조합은 수요기관 215곳에 ‘레미콘 공급 지연 안내’ 공문을 발송했다. 시멘트업체들의 수급 제한으로 레미콘업체가 제품을 제때 납품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수요기관과의 갈등까지 발생하자 대책 마련에 나선 것이다.
시멘트 수급난이 가중되면서 지역 공사현장 사정도 조금씩 나빠지고 있다. 일부 현장은 타설 작업을 못 해 공사가 멈춘 곳도 있다. 대형 건설업체들은 기존 공급망과 웃돈을 주고 확보한 긴급 물량으로 버티고 있지만 관급이나 소형 업체의 공사현장은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 당장 필요한 레미콘의 50%도 공급받지 못해 ‘셧다운’ 위기감도 커져 가고 있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으로 시멘트가 제때 공급되지 못해 올스톱 됐던 건설현장에 다시 한번 시멘트 대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닥치고 있다. 자칫 이번 시멘트 대란 사태는 5월까지 계속될 수도 있다. 통상 발주기관들의 상반기 집행이 진행되는 5월까지 레미콘 수요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어서다. 2022년 상반기 기준 도내 레미콘 공급량은 3월 46만루베, 4월 67만루베, 5월 70만루베를 기록하며 증가세를 보였다.
시멘트 재고가 부족한 것은 생산량은 줄고 수요는 늘었기 때문이다. 시멘트 업체들은 통상 겨울철마다 정기 보수를 실시하는데 이번엔 정부 방침에 따라 친환경 설비 전환까지 겹치며 재고를 축적할 시간이 부족했다. 여기에 지난해 말 화물연대 파업으로 공사 지연을 겪었던 현장이 최근 일제히 재개하면서 수요가 폭증한 것도 원인이다. 그렇지 않아도 시멘트 가격 인상 전망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태다. 건설업계에 불어닥친 ‘시멘트 한파’ 기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 같은 상황으로 4월 중순 이후 건설 성수기에 접어들게 되면 건설업체는 신규 수주를 포기하거나 공사를 중단해야 하는 등 최악의 사태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시멘트 공급 부족이 장기화하면 자재 가격 급등, 공사비 상승, 아파트 입주 지연 등 국가적 문제로 악화할 수 있다. 셧다운이 길어질수록 지역경제도 침체된다. 대한건설협회는 최근 레미콘 수급 불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건의했다. 건설시장 회복 기대감은 있으나 툭하면 원자재 대란이 터지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 원자재 가격 리스크 관리 방식이 대폭 개선돼야 한다. 주요 원자재와 부품은 단순 상품 거래가 아닌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핵심 품목이다. 정부는 취약한 원자재 공급망 관리를 강화하고 안정적인 중장기 수급 대책을 세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