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총선
총선
총선

사회일반

"억울한 누명 다시 쓰는 것 같아"…납북귀환 어부 재심 사건 재판 검찰 준비 소홀로 연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납북귀환 어부들, 검찰 관계자 공수처에 직무 유기로 고발 고려

◇31일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납북귀환어부 재심이 검찰측의 항소준비 부족으로 연기됐다. 재판이 끝나고 검찰에 대한 항의를 위해 춘천지방검찰청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연 재판 당사자와 가족, 유족 등이 기자회견이 끝난 후 아쉬운 모습으로 법원을 나서고 있다. 박승선 기자

검찰의 준비 부족으로 재판이 연기 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귀환 어부들의 재심 사건 첫 재판에서다.

50년 만에 재판을 손꼽아 기다리며 이른 새벽부터 전국에서 달려온 피해자들은 "억울한 누명을 다시 쓰는 것 같다"며 대검찰청 앞 항의 집회를 예고하고, 검찰 관계자들을 공수처에 직무 유기로 고발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31일 오전 10시부터 국가보안법 또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았던 피해자들의 첫 공판을 열었다.

그러나 재판에 출석한 32명의 피해자는 단 10분 만에 '50년의 기다림'이 꺾인 채 법정을 빠져나와야 했다.

심지어 이날 재판에 출석한 피해자 중에는 93세도 있었지만, 피고인석에 서보지도 못한 채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여태껏 재판부에 아무런 의견을 내지 않았던 검찰이 이날 공판에서조차도 사건에 대한 아무런 의견을 밝히지 않고 재판 연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이런 상태라면 인정신문을 진행하는 것조차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판단, 어쩔 수 없이 재판을 연기했다.

◇31일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납북귀환어부 재심이 검찰측의 항소준비 부족으로 연기됐다. 재판에 참여한 재판 당사자와 가족, 유족 등이 항의를 위해 춘천지방검찰청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박승선 기자

이에 피해자들은 곧장 춘천지검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 피해자는 "한 사람도 아니고, 나이 드신 분들 불러다 놓고 이게 뭐 하는 짓이냐"며 "막말로 정말 지저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피해자는 "여태까지 검찰에서는 아무런 증거를 내놓지 못해 속초지원과 강릉지원에서 열린 재심 사건에서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며 "(춘천에서) 진짜 억울한 누명을 다시 쓰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피해자의 가족은 "유독 춘천에서만 모든 진행이 늦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와서 아무 이득도 없이 돌아간다는 건 말도 안 되고, 납북귀환어부들을 또 한 번 울리는 게 아니냐. 검찰이 대체 뭐 하는 건지, 정말 너무하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사건은 지난해 9월7일 재심 결정을 위한 심문기일을 거쳐 같은 해 11월7일 재심 개시 결정이 내려졌다.

이들의 변호를 맡은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재심 결정에 검찰이 즉시 항고하지 않았다는 건 검찰이 재심 결정문에 있는 내용을 인정했다는 것"이라며 "그런데도 4개월이 지난 3월 기일에 와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황당해했다.

이어 "첫 기일에 와서 아무런 준비가 안 됐으니 기일을 다시 잡아달라는 게 과연 공익의 대표자인 검찰이 할 일인지 묻고 싶다"며 "춘천지검에서 제대로 답변하지 않으면 대검찰청에 가서 검찰총장의 입장을 묻겠다"고 밝혔다.

◇31일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납북귀환어부 재심이 검찰측의 항소준비 부족으로 연기됐다. 재판에 참여한 재판 당사자와 가족, 유족 등이 항의를 위해 춘천지방검찰청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박승선 기자

변호인단과 피해자들은 4월 중으로 대검찰청과 법무부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기로 했다.

또 공판검사과 공판부장검사, 검사장 등 관계자들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직무 유기로 고발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고려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납북귀환어부 재판과 관련해 춘천지검의 이 같은 무성의한 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검찰은 지난해 8월 춘천지법에서 열린 이성국(68)씨의 국가보안법위반 등 사건 심문기일에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

당시 검찰의 불출석을 의아하게 여긴 재판부가 실무관을 통해 검찰에 출석 여부를 문의한 결과 검찰은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심 개시 결정을 위해서는 청구인과 검찰의 의견을 반드시 듣게 돼 있지만, 검찰은 이씨가 재심을 청구한 지난해 2월 말부터 심문기일이 열릴 때까지 약 6개월 간 아무런 의견서도 제출하지 않았다.

춘천과 달리 강릉과 속초에서는 검찰이 무죄 의견을 밝히면서 일부 피해자들에 대한 무죄 선고가 잇따르고 있다.

◇31일 춘천지방법원에서 열린 납북귀환어부 재심이 검찰측의 항소준비 부족으로 연기됐다. 재판이 끝나고 검찰에 대한 항의를 위해 춘천지방검찰청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연 재판 당사자와 가족, 유족 등이 기자회견이 끝난 후에도 아쉬움에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박승선 기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