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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원, 무릎 꿇고 5·18 희생자 묘비·영정 사진 옷으로 닦으며 참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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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유족들 "아들아, 전두환 손자가 사과한단다" 눈물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무명열사 묘비의 먼지를 옷으로 닦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27) 씨가 31일 광주 북구 5·18 민주묘지에서 자신이 입고 있던 겉옷으로 희생자의 묘비를 닦고 참배했다.

옷이 상하는 것은 안중에도 없는 듯 입을 굳게 다문 채 묘비를 힘주어 닦아내자 거친 표면에 쓸린 천조각이 떨어져나오기도 했다.

전씨는 5·18 최초 사망자인 고(故) 김경철 열사의 묘역을 시작으로 초등학교 4학년 희생자인 고(故) 전재수 군, 시신조차 찾지 못한 행방불명자와 이름 없는 무명열사 묘역까지 차례로 참배했다.

참배를 안내한 김범태 5·18 민주묘지관리소장이 묘지마다 사망 경위 등을 짤막하게 설명해줬고, 그는 한 곳도 빠짐없이 무릎을 꿇고 묘비와 영정 사진을 옷으로 닦아줬다.

유가족과 시민들은 전두환의 후손이 묘비를 닦아내는 모습에 남다른 감정을 느끼는 듯 눈물을 보이는 이들이 많았다.

주요 참배객들을 늘 맞이하는 김 소장마저 눈시울을 붉힐 정도였다.

한 시민은 옷으로 묘비를 닦는 모습이 안타까운 듯 "이걸 쓰라"며 우원 씨에게 수건을 건네기도 했지만 사용하지는 않았다.

전씨의 묘역 참배는 유가족들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 듯했다.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 묘지에서 행방불명자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등학생 시민군 고(故) 문재학 열사의 어머니 김길자 여사는 아들의 묘역 앞으로 우원 씨를 안내했다.

김 여사는 "여기 있는 우리 아들을 너희 할아버지가 죽였다 이 어린 학생이 무슨 죄가 있어서"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묘소를 향해 "재학아, 전두환 손자가 와서 사과한단다"라며 전씨의 참배를 눈물로 지켜봤다.

김 여사는 참배를 모두 마친 그에게 "여기까지 오는 데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냐"며 "앞으로 계속 묘역에 와서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해달라"고 당부했다.

고(故) 전재수 군의 친형도 묘소 앞에서 그에게 "와줘서 고맙다"며 감사의 인사를 보냈다.

참배를 마친 전씨는 "저 같은 죄인에게 소중한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이렇게 와서 뵈니 저의 죄가 더 뚜렷이 보이고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겉옷으로 묘비를 닦을 때의 심경을 묻자 "제가 입던 옷 따위가 아니라 더 좋은 것으로 닦고 싶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늦게 와서 죄송하고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전직 대통령 고(故) 전두환 씨의 손자 전우원 씨가 31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5·18 유가족인 김길자 씨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전씨는 이날 오전 광주 서구 5·18 기념문화센터 리셉션 홀에서 5·18 유족과 피해자를 만나 "할아버지 전씨는 민주주의의 발전을 도모하지 못하고 오히려 민주주의가 역으로 흐르게 했다"며 "두려움을 이겨내고 용기로 군부독재에 맞서다 고통을 당한 광주 시민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 가족들뿐 아니라 저 또한 추악한 죄인"이라며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 또한 죄악이라고 생각하지만, 광주시민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받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또 "사죄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며 "앞으로 삶을 의롭게 살아가면서 제가 느끼는 책임감을 (국민들이) 볼 수 있도록, 하나님 앞에서 떳떳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회개하고 반성하고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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