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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치킨 값으로 본 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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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1980년대 초 유년 시절을 보낸 사람들 중에 아버지의 월급날을 기억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저녁 늦게 술을 한잔 걸치고 들어온 아버지의 손에는 으레 누렇게 기름 밴 봉투에 싼 통닭 한 마리가 들려 있었다. 통닭 한 마리면 네댓 가족이 둘러앉아 맛있게 먹었다. ‘원조 국민간식’이라 할 만하다. 먹거리와 외식문화가 다양하지 않았던 시절 한국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통닭에 얽힌 추억 하나쯤 갖고 있을 것이다. 닭 한 마리를 통째로 튀겨 통닭으로 불리다 전문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의 등장으로 자연스럽게 치킨으로 굳어졌다. ▼국민간식 치킨이 2만원을 훌쩍 뛰어넘어 3만원을 바라보게 됐다. 한 유명 치킨 브랜드가 다음 달부터 치킨 가격을 올린다고 하자 언론에서 벌써부터 배달료까지 더하면 치킨 한 마리에 이제 3만원 시대가 열리게 됐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최근 ‘소주 값 6,000원 시대’로 다시 확산된 물가 인상 논란이 이제 국민간식 치킨으로 옮겨붙었다. 원재료 값 급등으로 이번 인상이 불가피했다는 게 업체 측 입장이지만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 커지게 됐다. ▼해당 업체의 치킨 가격 인상에 대해 여론은 싸늘하다. 일각에서는 브랜드 본사의 수익률 제고를 위해 소비자 가격을 높이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불만의 목소리는 통계로 볼 때 상당 부분 맞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22년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가맹본부가 받는 유통마진의 경우 치킨업종이 7%로 가장 높았다. 반면 가맹점 평균 매출액이 1억원 미만인 브랜드의 비중은 치킨이 30%로 가장 많았다. 가맹본부가 가져가는 돈은 가장 많지만 매장 매출이 적은 대표적 업종이 치킨점인 셈이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피부로 느껴지는 물가 폭등의 시대다. 우리나라 역대 어느 정권이고 공통으로 국민에게 한 약속이 있다. 바로 물가(物價)를 잡겠다는 약속이다. 치킨 한 마리도 가격 부담에 이제 맘 편히 못 먹게 됐다. 서민이 체감할 만큼 물가를 안정시킬 정권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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