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설 속 강원도]원주역서 돈 소매치기 당한 주인공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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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당 장일순 선생 일화 바탕
시대적 상황 상상력 더해 완성
창작 음악극도 만들어져 공연

원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설가 원재길의 장편소설 ‘장 선생, 1983년 9월 원주역(사진)’은 사실에 허구를 가미한 팩션(Faction) 소설이다. 무위당(无爲堂) 장일순(1928~1994년) 선생이 남긴 수많은 일화 가운데 대표적인 한 가지 이야기를 글감으로 가져오고, 거기에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줄 수 있는 상상력을 더해 완성한 작품이다.

저자는 이 소설이 장일순 선생의 생애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그의 ‘생각’을 풀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설에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생명운동의 대부라는 선생을 보는 거시적인 관점보다는 그가 살았던 시대의 모습은 어떠했는지 그리고 시대의 질곡을 넘어 그가 꿈꿨던, 또 추구했던 세상과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한 보다 미시적인 시선들이 담겨 있다. 그래서 장일순 선생이 태어나고 대부분의 삶을 영위한 원주, 그 일이 일어난 원주역, 선생이 만나는 원주사람들 등 소설 속 배경들은 그가 품었던 생각이 “이러했을 것이다”라는 가정을 이끌어내는 장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원주역에서 벌어진 소매치기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 속으로 들어가 보자. 추석을 하루 앞두고 원주역에서 큰돈을 소매치기 당한 한 여인(김정옥)이 봉산동 장선생(장일순 선생)을 찾아간다. 그 여인은 이미 몇 차례 장 선생에게 도움을 받은 적이 있던터라, 막막한 심정에 무작정 찾아 간 것이다. 하지만 장 선생도 마땅한 방법이 있을 리 만무한 일이다. 대신 그는 쉬지 않고 1주일 동안 원주역으로 나가는 방법을 택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정옥이 돈을 잃은 사연은 물론이고 온갖 자질구레한 세상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니 소문은 이내 소매치기(이동철)의 귀에까지 들어간다. 돈을 토해내기보다는 선생을 해치기로 한 소매치기와 사회운동을 하던 그를 빨갱이라 부르며 눈엣가시로 여기며 노리고 있던 안기부 요원까지 등장하면서 소설은 위기의 상황에 빠져들게 된다. 전해 오는 실제 일화에서는 장일순 선생이 가끔 원주역을 찾아 그 소매치기에게 밥과 술을 사며 ‘영업방해(?)’를 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고 한다. 이런 대화가 오갔으니 돈은 당연히 원래 주인에게 돌려준 것이다. 그럼 소설에서도 봉산동 장 선생이 적들의 위협에서 벗어나 정옥에게 돈을 돌려줄 수 있었을까?

이와 관련된 내용들은 (사)무위당사람들에 의해 어린이 창작 음악극 ‘원주역, 조 한 알 할아버지’로도 만들어져 공연된 바 있다. 공연 내용은 유튜브에서 다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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