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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정년 연장

외환위기 이후 숱한 조기 퇴직자들이 겪은 시행착오와 소득의 급전직하를 보고 깨달은 직장인들은 이제 명예퇴직을 예전처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한국은 65세 이상인 노인의 빈곤율이 2019년 기준 41.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나라다. 2019년 OECD 회원국의 노인 빈곤율 평균은 13.5%다. 사정이 이러니 주된 직장에서 최대한 버텨야 한다. 그래서 정년 연장 문제가 나온다. ▼정년 연장은 여러 가지 여건을 감안하면 불가피하다.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고 경제 성장을 통한 복지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정년 연장을 외면할 수만은 없다. 젊은 세대 중 상당수가 정년 연장에 찬성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 언론이 취업플랫폼 ‘캐치’에 의뢰해 20, 3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0%가 정년을 연장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청년들이 생각하는 적정 정년은 65.8세로 현행법상 정년보다 5.8세 많았다. 청년 신규 채용이 줄어들 것을 우려하면서도 정년 연장의 필요성은 인정한 것이다. 청년들은 정년 연장에 반대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깼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뾰족한 해법이 없는 상황에서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려면 고령 인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청년들 사이에도 형성됐음을 보여준다. 중·고령자의 정년 연장 문제도 근본적으로는 차별시정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연령, 성별, 학력, 출신지역, 인종 등 인적 요소보다 능력을 중시하자는 것이다. 사람의 업적과 능력(잠재력)을 공정하게 평가하는 역량은 우리 사회가 가장 취약한 대목이다. 따라서 인적 요소에 고용 형태(비정규직 여부)까지 더하면 ‘현대판 신분’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나라는 아직 ‘간판’이 통용되는 사회다. ▼근대사회로의 진보가 ‘신분에서 계약으로’를 표방했듯 사람의 판단 기준을 ‘신분에서 능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런 인사관리의 변화를 거부하는 기업들은 ‘점차 뜨거워지는 솥단지 안의 개구리’가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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