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의료취약지, 코로나19 3년을 말한다] (상)진단조차 못 받고 숨지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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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명 없는 사망' 2010년 이후 11년만에 최고치
증가율 강원도 23% 전국 평균 17% 비해 높아
의료취약지 중심 증가세…"지자체와 정부 책임감 가져야"

오는 22일로 강원도내에서 첫 번째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지 만 3년이 된다. 접경지와 폐광지, 영동지방을 중심으로 의료취약지가 다수 분포하고, 고령층과 만성질환자 비율이 높은 강원도에서는 코로나19 기간 내내 주민들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거나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없어 고통을 겪는 사례가 이어졌다. 본보는 코로나19 3년을 되돌아보며 이와 같은 지역간 건강과 돌봄 불평등의 실태를 되돌아보고, 3회에 걸쳐 '포스트 코로나'시대 주민들이 지역 안에서 존엄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진단명 없는 사망' 느는 의료취약지

코로나19 이후 강원도내 농·어촌 의료취약지에서 제대로 된 진단조차 받지 못한 채 사망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본보가 통계청의 1998년~2021년 '사망원인통계'를 바탕으로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와 시·군·구 자료(연령표준화)를 분석한 결과다. '사망원인통계' 분류 체계상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사망한 사례를 이르는 '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 징후' 항목은 강원도 전체에서 2021년도 기준 인구 10만명당 36.2명을 기록, 2010년 이후 11년만에 가장 많았다. 전국 평균은 2021년 기준 30.5명으로, 강원도내에서 이와 같은 사례로 인해 사망하는 사례가 전국 평균에 비해 1.2배 더 많았고, 인원수로는 인구 10만명당 5.7명 더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부터 2021년 사이 증가율은 23%로, 전국 평균 17%에 비해 6%포인트 높은 수치다.

의료계에서 이른바 'R코드'로 불리는 '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 징후'항목은 의료기관에 이송된 환자가 사망했음에도 진단명 또는 정확한 사망 원인을 알 수 없을 때 사망진단서에 기록되는 사인으로,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이후 농·어촌 의료취약지에서 심화되고 있는 필수의료와 돌봄 공백이 이와 같은 현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임준(예방의학 전문의) 서울시립대 도시보건대학원 교수는 "실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시기에는 적절하게 의료기관으로 이송되지 못한 채 집에서 사망한 사례가 다수 발생했다"며 "민간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강원도에서는 코로나19 시기 공공병원이 확진자 진료에 집중하면서 환자들이 질환을 치료받지 못한 채 집에서 사망하는 사례 등이 더욱 많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임 교수는 그 중에서도 뇌졸중, 심장마비 등의 질환이 코로나19 급증 상황에서 방치되었을 가능성을 지적하며, "특히 병원에 가기 어렵고, 적절한 돌봄을 받기 어려운 의료취약지 주민들 사이에서 심뇌혈관 사망 등이 정확하게 진단되지 못한 채 원인미상으로 사망한 사례가 있는지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국 1.5배 늘 때, 강원도 의료취약지 2배 안팎 증가

진단명이 부여되지 않은 사망 사례를 강원도내 각 시·군별로 보면 이와 같은 의료취약지의 불평등을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강원도내 18개 시·군 중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화천으로, 2019년 23.5명에서 2021년 56.7명까지 증가해 무려 2.4배가 늘었다. 전국 평균적으로 2019년 26.1명에서 2021년 30.5명까지 늘어 1.2배의 증가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무려 2배 가량 높다.

실제 화천군의 의료기관 현황을 보면, 군 내에 지역응급의료센터조차 없고, 내과의원도 1곳밖에 없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긴급한 심·혈관 질환 등이 생길 때마다 주민들이 춘천까지 구급차나 버스를 타고 1시간 이상 이동을 감수하고 있는 지역이다. 다음으로 증가율이 높은 시·군은 영월로, 증가율은 2.1배에 해당했다. 2019년 인구 10만명당 19.9명이었던 '달리 분류되지 않은 증상·징후' 사망자 수가 2021년 41.6명까지 늘어난 것이다. 영월은 군 내 지역 뿐 아니라 정선, 평창 등 인근 지역에도 지역응급의료센터조차 없어 주민들이 원주까지 원거리를 이동해야 하고, 심뇌혈관사망비, 응급사망비 등이 매우 높은 수준으로 파악되는 등 심각한 건강 불평등 문제를 겪고 있기도 하다.

◇국립중앙의료원이 '2021년 의료취약지 모니터링 연구'에 수록한 '의료 취약도 분석 결과.' 강원도내에서는 춘천·원주·강릉을 제외한 15개 시·군의 의료취약도가 50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세 번째로 증가율이 높았던 지역은 횡성으로, 2019년 인구 10만명당 13.9명에서 2021년 28.3명까지 약 2배 증가했다. 양양에서는 인구 10만명당 원인 미상에 해당하는 사망률이 2019년 30.2명에서 2021년 55.3명으로 1.8배 증가했고, 삼척의 경우 2019년 22.1명에서 2021년 36.9명까지 약 1.7배 증가했다. 횡성과 양양, 삼척 역시 의료기관 수가 적고, '의료 사각지대' 가 다수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파도 도움 청할 곳 없는 의료취약지 주민들. 지자체와 정부가 책임 갖고 나서야”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의료취약지 현장 보건의료인들과 전문가들은 주민들이 코로나19 시기 아파도 도움을 청할 곳이 없고, 병원을 이용하기 어려운 상황을 겪었던 것으로 보고, 강원도와 정부가 책임감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강원도 영리병원 반대운동본부가 2023년 1월 16일 강원도청 앞 광장에서 진행한 출범기자회견. 강원도는 결국 영리병원 관련 법안을 강원특별자치도법에서 제외했다. 사진=박승선기자

김동현(강원도통합건강증진사업단장) 한림대 의대 교수는 "필수의료 부재로 인한 사망의 원인을 뇌졸중, 심혈관질환처럼 하나씩 따져볼 것이 아니라, 원인 미상의 사망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주민들에게 어느 정도의 피해가 발생했는지를 알아봐야 한다"며 "아플 때 돌봐줄 사람이 없다 보니 병원에 뒤늦게 가게 되고, 나중에 악화돼서 사망하는 사례 등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주민의 건강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책무성을 높이고, 지방 분권 시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주민들의 건강 문제를 자체적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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