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발언대]스스로를 구속하는 ‘언어의 덫’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우리는 언어로 자신의 삶을 해석한다. 언어를 이용해 정리한 생각은 우리의 마음에 들러붙는다. 일상의 모호한 느낌들이 말을 통해 뚜렷해지고 이해되어 의식에 자리 잡는다. 의식화된 느낌은 모두 언어로 구현된다. “무슨 일을 해도 꼬이기만 해”, “나는 항상 재수가 없어”와 같이 단편적인 경험에 의한 생각이 우리 자신의 생활과 복잡한 세상을 포괄하기엔 부족하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불변의 사실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서 이기적인 사람이 많았다고 해서 모두가 이기적이라는 말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행복은 인간의 생존에 필수적인 것은 아니지만 불안은 생존 위협을 두려워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우리는 본능적으로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을 중시하게 된다. ‘말이 씨가 된다’는 것도 부정적인 상황에서 언급되는 말이다. 과거의 불행이 오늘의 고통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분히 실현될 수는 있다. 대인관계에서 어려움을 겪은 경험은 “사람은 믿을 게 못 된다”는 선입관을 갖게 하여 이후 인간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친근하게 될 기회마저 잃게 될 수 있다.

우리 자신을 제한하는 언어의 구속에서 벗어나려면 그 당시에 떠오르는 생각을 자신만의 생각으로 바꾸는 것이다. “사는 게 힘들구나”라는 생각이 들면 “사는 게 힘들다고 내가 생각하고 있구나”라는 식으로 바꿔 생각하는 것이다. 실제로 사는 게 힘든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 그런 생각을 하면서 그 관념에 빠져들고 있음을 돌아보는 것이다.

힘든 생각이 떠오를 때 제한적이거나 반박하는 단어를 삽입하는 것도 시도해 볼 수 있다. 우리는 과거에 벌어진 상황의 원인을 미래에 실현될 상황의 결과에도 적용한다. 지금까지 결과가 안 좋았으니 앞으로도 안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타당성은 고려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결과가 안 좋았지만 앞으로는 잘 될 거라고, 지금까지는 사람들과 잘 지내기 힘들었지만 앞으로는 괜찮을 거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생각은 주문이나 자기 암시, 위안이 아니며, 우리의 삶은 부정적인 생각과는 무관하게 열려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은 행복하거나 불행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경험에 사로잡히지 않고 이 순간에 원하는 삶을 위해 전념하면 된다. 흔히 생각이 언어로 표현된다고 여기지만, 혼잣말과 같이 자기도 모르게 표현된 언어가 사고나 생각을 지배하고 이어서 행동으로 쉽사리 연결되기도 하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습관을 갖도록 애써야 한다. 독일의 실존철학자 하이데거(Martin Heiddeger)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고 했다.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우리의 정신세계를 형성하며 사고방식을 규정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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