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91세에 한글 익힌 이화자 할머니 "눈이 확 트이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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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학력 인정서 수여 최고령 이화자 할머니
"늦게 시작한 글 공부…진작에 배울 걸 싶어"
오는 28일 졸업식 ·학사모 입고 졸업앨범 촬영

◇이화자 할머니.

"처음에 '가갸거겨' 읽고 쓰고 그 다음엔 1학년 아가들 배우는책 보고. 그렇게 4년동안 했어요. 평생 이름도 못썼는데 이제는 내 이름이라도 쓰니 눈이 확 떨어진거 같아"

정선에 사는 이화자(91) 할머니는 요즘 글 읽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집 근처 여량면사무소를 오가며 문해수업을 들은지 꼭 4년째. 이제는 어지간한 글을 모두 쓰고 읽을 수 있게 됐다. 오는 28일에는 문해교실 졸업식에서 초등 졸업 학력을 인정해 강원도교육감이 주는 '학력 인정서'도 받는다. 올해 초등 졸업학력 인정서 수여자 가운데 이 할머니가 가장 고령이다.

이 할머니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학교 문턱에도 못 가봤다"며 "그 전엔 글을 몰라도 괜찮았는데 늦게나마 한번 배워보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 정선군 여량1리경로당의 문해교육 프로그램 모습.

이 할머니는 2019년부터 정선군이 운영하는 초등 문해교실에 다녔다. 경로당에 같이 다니는 마을 노인들이 다 함께 다녀 재미도 있었다. 그래도 뒤늦게 시작한 공부는 어려웠다. 그는 "90살이 다 되어 공부를 하니 배운게 머릿속에 들어가겠느냐. 안 들어간다. 전에 초등학교라도 가보고 했던 사람들은 조금만 해도 잘하는데 나는 머리에 잘 들어가지 않더라"고 말했다. 이어 "먹고 사느라 그거(글 배우는 일) 참 우습게 여겼는데 진작 좀 배웠으면 좋았겠다 싶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 4년동안 면사무소(문해교실)에 다니면서 (공부를) 2시간도 하고, 3시간도 했다. 이제는 쉬운 건 읽고, 내 이름이라도 쓰니까 아예 모르는 것보다 낫다"고 웃었다.

◇정선 초등 문해교육 프로그램 졸업생들.

이 할머니와 함께 초등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수료한 주민은 모두 12명이다. 오는 28일 졸업식에 앞서 학사모를 입고 같은 반 친구들과 졸업앨범 사진도 찍었다.

이 할머니는 "자녀들도 좋아한다"며 "뿌듯하다"고 했다.

한편 도교육청은 올해 정선군 여량1리경로당과 동해교육도서관 등 도내 문해교육 운영기관에서 초등 3단계를 이수한 학습자 39명이 초등 졸업 학력을 인정받았다고 밝혔다. 중등 졸업 학력 인정자는 삼척교육문화관과 횡성군립도서관 등에서 과정을 이수한 24명이다.

전봉주 강원도교육청 행정국장은 "늦은 나이에도 배움의 열정으로 학력을 취득한 어르신들이 앞으로도 더욱 건강하고 풍요롭게 삶을 가꾸어 나가길 바란다"고 했다.

◇정선 초등 문해교육 프로그램 졸업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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