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내년부터 가공 식품 포장지에 유통기한보다 20~50% 긴 소비기한이 표시된다. 유통업계는 판매 기간이 길어져 재고 관리가 용이하다며 반기는 반면 제조업체는 소비 기한 결정을 위한 비용 증가와 소비자 분쟁 발생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2023년 1월1일부터 기존의 식품 유통기한 표시제를 소비기한 표시제로 변경하는 '식품 등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시행된다. 소비기한은 소비자가 섭취해도 건강상 이상이 없을 것으로 판단되는 소비 최종 기한을 의미한다. 통상 유통기한보다 20~50% 길다.
소비기한 표시제 시행을 두 달 앞두고 도내 유통업계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춘천의 중대형마트인 벨몽드 관계자는 "마트는 유통기한 만료 3일 전 매대에서 제품을 빼는데, 이러다보니 빵이나 간편식의 경우 판매 가능 기한이 2일에 불과해 재고 관리에 어려움이 컸다"며 "소비기한 적용으로 재고, 반품률 관리가 수월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식품제조업계에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부 업체는 소비기한 표시제가 도입되더라도 유통기한에 쓰이던 기간을 동일하게 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정한 권장 기간이 있는 유통기한과 달리 소비기한은 업체가 자체적으로 설정해야 하지만, 이를 위해 실험을 진행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춘천 만천리의 장아찌 제조업체 대표 이모씨는 "어느 시점부터 제품을 섭취하면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지 정확한 기간을 과학적으로 예측해야 하지만 대부분 중소기업들에겐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기존의 유통기한을 소비기한으로 이름만 바꿔 적용할 예정"이라고 제도 실효성에 의문을 드러냈다.
금전적 부담과 소비자 분쟁에 대한 우려도 확인됐다. 춘천 석사동의 육류가공식품 업체 대표 김모씨는 "포장지에 '유통기한'을 찍는 공장 스탬프 교체 비용만 200만원 정도"라며 "금전적 문제 외에도 제품 판매기간이 길어지면 그만큼 변질 가능성도 커지고, 소비자 민원도 많아질텐데 걱정이 크다"고 밝혔다.
소비기한에 대한 정보전달과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선희 강원유통업협회장은 "제도 시행이 두 달 남았지만 소비자 중에는 소비기한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며 "안정적 제도 정착을 위해 정부 차원의 홍보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한편, 소비기한 표시제는 시행 후 1년 간 계도기간이 적용된다. 이미 '유통기한' 단어가 찍혀 생산된 제품의 폐기를 막기 위한 조치다. 계도기간이 끝난 2024년부터는 유통기한을 표시할 시 시정명령이 내려지며, 규정 위반 시 제품폐기, 영업정지, 제조정지, 영업 허가·등록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