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태백 소고기vs물닭갈비]연탄불 위 지글지글 '광부의 밥상' 솥뚜껑 안 보글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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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옥실비식당

태백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인구가 10만이 넘는 거대한 탄광도시였다. 그래서 태백의 음식에서는 아직까지도 광부들의 애환과 일상을 엿볼 수 있다. 대표적인 음식이 소고기 연탄구이와 물닭갈비다. 그 시절 어두운 탄광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노동은 얼마나 고되고 힘겨웠을까.

광부들은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자란 소고기를 투박하게 구워 먹으며 칼칼한 목을 달랬고, 여러 사람이 먹기 좋게 닭갈비에 물을 부어 얼큰하게 끓여먹으며 고된 노동에 지친 몸과 마음을 풀었다. 두 음식 모두 단백질로 원기 회복에 제격이고, 앉아서 공동체의 결속을 다지기 좋다는 특징이 있다. 맛으로 따지자면 소고기는 연탄불 앞에 둘러앉아 지글지글 구워 먹는 맛, 물닭갈비는 보글보글 끓이며 소주 한잔을 나누는 바로 그 맛이다.

■소고기VS물닭갈비=태백의 소고기는 신선한 육질의 한우 그대로의 맛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다. 태백에서 특징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식당은 바로 ‘실비식당’이다. 소고기를 각종 차림비를 제외하고 정육점 소매가와 비슷하게 받는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인데, 황지동 자유시장 거리를 비롯해 사람 왕래가 많은 거리에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주로 단출한 메뉴판에 연탄구이용으로 가운데가 뻥 뚫린 식탁이 놓여있다.

도심에서 볼 수 있는 소고기집과 달리 소박한 분위기는 또 하나의 특징이다. 그중 황지동 자유시장에 위치한 ‘조선옥 실비식당’에 들어가 봤다. 메뉴는 갈비살과 주물럭, 식사메뉴로 역시 단출하다. 하지만 된장박이 고추, 김치를 비롯한 밑반찬에서 만만찮은 고수의 내공이 느껴졌다. 시장 안에서 운영하는 1호점 식당 ‘조선옥갈비’는 백년가게로 지정되기도 했다고. 이곳뿐 아니라 태백의 소고기 실비식당은 단출한 메뉴를 내건 만큼 소박함을 한껏 살린 ‘가정식’ 밑반찬으로 승부하는데, 밥상에서 태백의 식문화를 추측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여름에는 고추와 콩나물이, 겨울에는 잘 익힌 김치며 백김치, 동치미 국물을 맛보는 호사를 놓칠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연탄 불이 나오면 집게로 고기를 굽고, 고기 위에 기름이 지글지글 보일 때쯤 한입 먹으면 안에서 육즙이 쫀쫀하게 배어 나온다. 언제 먹어도 기분이 좋아지는 갈비살 특유의 고소하고 쫀득한 맛이다.

조선옥실비식당
닭갈비나라

그에 반해 물닭갈비의 따뜻한 국물은 찬바람이 불어올 이때쯤 먹기에 제격이다. 옛날 퇴근길 물닭갈비를 찾는 광부들은 닭고기가 익을 때까지 허기진 배를 각종 채소와 면으로 채웠다고. 이제는 많은 광부가 지역을 떠났지만 그들의 먼지와 애환을 씻어줬던 이 음식은 태백 곳곳에 흔적을 남기고 있다.

물닭갈비 가게마다 냉이 혹은 깻잎, 부추 등이 올라가는데 김정자(68) 사장이 20여년째 운영하고 있는 ‘닭갈비나라’에서는 닭고기, 사리로 들어간 면, 떡 위로 약간의 배추와 깻잎, 그리고 쑥갓이 듬뿍 올라 나온다. 춘천에서 닭갈비를 배웠다는 김 사장은 춘천식 닭갈비와 태백식 닭갈비를 함께 팔다가 아예 태백식 물닭갈비만을 중점적으로 팔고 있다.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음식이 등장한 후 잠시 기다리면 음식이 보글보글 끓으며 채소들의 숨이 죽고, 먼저 국물을 한입 맛보면 향긋하고도 시원하다. 새빨간 양념이지만 과하게 맵지 않은 국물은 탄가루를 뒤집어쓴 광부들의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줬듯 삶의 고난을 씻어주는 듯 하다. 국물에 폭 담긴 고기는 적절한 부드러움을 자랑해 술술 넘어간다. 춘천식 닭갈비도, 닭볶음탕도 아닌 이색적인 맛이 자꾸만 입맛을 당긴다. 닭갈비를 다 맛보고는 기호에 따라 밥을 볶아 먹어도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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