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위기의 지역화폐' 생존 묘안 찾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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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록 사회부 차장

정부의 지원으로 지역 경제에 효자로 자리잡았던 지역화폐가 정부 지원이 끊기며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3년도 예산안에 지역화폐 국지 지원 예산이 전액 삭감되며 지역화폐 발행액의 4%인 정부 지원금이 중단될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도내 대다수 지자체는 할인율이나 발행규모, 한도액 등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강원도소상공인연합회는 소상공인에게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도내 지역화폐의 역사는 20년이 넘었다. 경기연구원의 '지역화폐의 경제적 효과에 관한 연구 : 경기도를 중심으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강원도의 경우 1996년 지역특산물 판매, 지역축제와의 연계, 지역 주민 소비 증대 등을 위해 화천군을 시작으로 발행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가맹점 확보의 어려움, 지자체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이용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 제한적·지엽적인 사용에 그쳤다. 이런 지역화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 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이 시작되면서다. 실제 2017년 857억원 규모였던 도내 지역화폐 판매액은 2020년 3,677억원 규모로 증가됐다.

특히 구입과 사용이 불편하다는 지적이 있었던 지류형 지역화폐를 대신해 나타난 카드형 지역화폐는 대형마트 등을 제외한 지역 대부분의 업체에서 일반 카드와 거의 마찬가지로 사용할 수 있는데다 사용금액의 10% 가량을 인센티브로 돌려주는 정책을 통해 큰 인기를 얻었다. 또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수단 중 하나로 지역화폐가 채택, 국민들의 인식이 크게 확대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카드형 지역화폐는 2019년 영월군 '영월별빛고운카드'를 시작으로 2020년 강릉시 '강릉페이', 태백시 '탄탄페이' 등이 순차적으로 출시, 현재 도내 10여개 지자체에서 도입하고 있다.

지역화폐가 소상공인 매출에도 기여하고 있다는 방증도 있다. 태백 탄탄페이의 경우 2020년 9월 21일부터 30일까지 추석 연휴간 사용된 매출액 64억여원 중 절반 가량인 33억여원이 연 매출 3억원 이하 업체에서 결제 됐던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정부예산 지원을 통해 지역 소비를 촉진시킨다는 의미로 본다면 지역 균형발전의 취지에도 어느정도 부합한다.

지자체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앞으로 국비 지원이 없을 경우 이미 비대해진 지역화폐 지원금을 지자체 예산만으로 발행·운영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무조건 폐지할 수도 어렵다. 이에대해 일각에서는 정부의 입장에 따라 휘둘리는 것을 막기 위해 지역화폐의 본 목적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카드형 지역화폐를 담당했던 도내 모 지자체 관계자는 "당초 지역화폐의 목적은 공동체 의식을 자극해 '기왕 사는 것 지역 상품권으로 지역에 소비를 하자'는 '착한 소비'를 일으켜 지역 경기를 활성화 시키기 위함이었고 인센티브는 이를 위한 수단에 불과했는데 10% 캐시백이라는 너무 큰 당근 때문에 수단과 목적이 어느새 뒤바꼈다"고 말했다. 지역화폐의 탄생 목적은 결국 지역경기 활성화다. 목적을 잃지 않는 묘안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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