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타임머신 여행 라떼는 말이야]김홍도가 반한 비경 글 읽는 소리 귓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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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호 주변의 정자 강릉의 대표적 문화유산

◇추수를 막 끝낸 듯 호해정 주변에 볏단이 쌓여 있다. 경포호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이곳은 매립돼 현대아파트, 진안상가 등이 들어섰다.

단원 김홍도가 그린 호해정(湖海亭)은 1788년 당시 경포호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지금은 호수가 매립돼 현대아파트, 진안상가, 경포대초교 등 상가와 민가들이 들어섰다. 100년 전만 해도 이곳은 경포호와 연결된 또 다른 석호였다. 단원의 호해정 그림은 당시 상황이 잘 묘사돼 있다. 정자 앞엔 배가 정박해 있고 호수 안 바위엔 백로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멀리 바다 방향으로는 흰 모래밭과 오리바위가 있다. 경포대에서 10리 정도 떨어진 호해정은 경포호의 또 다른 비경으로 조선 최고의 화원의 눈을 사로잡아 그림으로 남겨질 정도였다.

호해정은 원래 이름은 태허정이다. 조선 명종 때 장호라는 사람이 그의 호를 따 정자를 지어 그의 사위 김몽호에게 주었다. 1750년(영조 26) 이 초가가 불에 타 버리자, 1754년(영조 30) 신정복이 강릉시 죽헌동에 있던 자기 집 별당인 안포당을 헐어 이곳에 옮겨 짓고 '호해정'이라 불렀다. 이곳은 김몽호의 영정과 삼연 김창흡, 옥산 이우의 시문이 있으며, 민우수 외 3명의 기문이 있다. 현판은 자하 신위가 썼다. 별당을 헐어 옮겨 지은 정자인 이 건물은 경포호수 동북쪽 깊숙한 산기슭에 자리잡아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경관을 엿보게 한다. 정면 2간, 측면 2간 규모다.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62호인 호해정은 춘천의 서면 박사마을 시작과 관련된 인물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1653~1722년)과 밀접한 관련이 깊다. 학문이 높은 삼연은 겸재 정선을 후원하는 역할을 했던 명사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1718년(숙종 44) 1년간 거처하면서 강릉지역 선비들에게 학문과 시문을 강론하던 곳이다. 조용하고 호젓한 분위기가 글 읽기엔 안성맞춤이다.

정자 정면에는 초서로 쓴 호해정 현판과 측면에 해서체로 쓴 호해정 현판이 있다. 정자 입구엔 은행나무가 도열해 손님을 맞고 있으며 정자 바로 앞에는 두 그루의 배롱나무가 있다. 정자 앞의 왼쪽나무는 수령이 많아 보인다. 정자 뒤편은 단원의 그림처럼 소나무들이 정자를 바라보며 서 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호수는 사라졌다. 호수는 육지로 바뀌고 아파트와 건물들이 들어섰다. 밭으로 변한 호수 중간에는 트랙터가 엔진 소리를 내며 밭갈이가 한창이다. 진안상가가 올해 마이삭과 하이선 등 연이은 태풍으로 침수됐다. 해마다 비가 오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가 과거 습지 안에 건축된 진안상가와 경포대초교는 단골로 방송 뉴스 화면에 초대된다. 유입 인구가 늘어나면서 1968년 경포대초교가 개교한 후 1983년 진안상가가 준공됐으며 1998년 경포 현대아파트도 건축돼 11개동 400여세대가 거주하고 있다. 2018년 동계올림픽을 유치하면서 스카이베이, 라카이샌드파인 등 대형 건물과 주택, 펜션 등 숙박시설이 들어서는 중이다.

금란정은 조선 후기 선비인 김형진이 지은 집으로, 경포호가 바라보이는 경포대 북쪽 시루봉 아래에 자리 잡고 있다. 주변에는 매화를 심어 학과 더불어 노닐던 곳이라 하여 매학정(梅鶴亭)이라 이름 지어졌고 그 뒤 주인이 바뀌어 지금 있는 자리로 옮겨 지으면서 이름을 금란정이라 고쳐 불렀다.

건물 규모는 앞면 3칸·옆면 2칸으로, 지붕은 옆면에서 볼 때 여덟 팔(八)자 모양인 팔작지붕이다. 앞면에는 ‘금란정’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고,옆면에는 ‘경중별업(鏡中別業)’이라는 현판이 걸려 있다. 금란정은 정면 3칸, 측면 2칸 규모의 팔작지붕 건물로 오른쪽으로 다락처럼 한층 높게 지은 마루(누마루)가 특징이다. 현판 글씨는 광무 6년(1902년) 권동수가 섰다고 전해진다. 정자 옆 산책로엔 소나무와 배롱나무가 방문객들을 위로하며 서 있다. 옛 사진 속엔 금란정 앞엔 논이 보이고 비포장 흙길이 경포호 주변을 돌고 있다. 옛 선조들의 발길이 남아 있을 듯한 흙길이 넘어 강문이 보인다. 소나무들이 간격을 두고 서 있다.

강릉 경포호의 정자들은 나무들과 함께 있어 아름다움을 배가 시킨다. 조선 최고의 화원인 단원 김홍도와 복헌 김응환이 이곳을 찾아 붓을 들어 우리고장의 빼어난 광경을 담았다. 옛 사진은 삼연의 글 읽는 소리와 단원의 붓질 소리를 듣게 하는 마술을 펼친다. 김남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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