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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하창수 소설가 에세이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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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35주년 맞은 작가의 단상들을 꿰어 놓은 모음집

하창수 에세이 ‘인생’

춘천에서 집필하고 있는 하창수 작가가 에세이 ‘인생’을 펴냈다. 책은 198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에 당선된 후 올해로 등단 35주년을 맞은 하작가 삶의 단상(斷想)들을 꿰어 놓은 모음집이라고 할 수 있다. 길어야 두세 쪽을 넘지 않는 짧은 글 속에는 소설가, 번역가 혹은 진행자나 강연자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정형화 된 그가 아닌 인간 하창수의 속내가 오롯이 담겨있다. 스피노자의 ‘에티카’를 서른 다섯번이나 읽고 젊은시절 써내려간 일기글이 백 권에 이른다고 하니, 비교적 자유롭게 쓰여진다는 산문인데도 글쓰기의 단단함이나 긴장감은 여전히 흐르는 듯 하다. 책 안에 실린 124편의 에세이가 주는 느낌은 그래서 언뜻 ‘사전’과도 같다. 사전적 의미의 사전이 아닌 삶에서 길어 올린 철학적 함의를 품고 있는 하창수식 ‘정의(定義)’를 정리한 그런 인생 사전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런 글쓰기가 다소 거북할 수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읽을수록 그의 말솜씨에 동화된다. 그렇게 책은 빨리 읽힌다. 그러다 어느새 책의 절반 조금 못 미쳐 ‘글쓰기의 어려움(107쪽)’이라는 제목의 글에 도달하면 그가 전하는 경계의 말에 잠시 멈칫하게 된다. 허투루 쓰지는 않은 듯한 그의 글은 과연 누구를 향하는 건가 쓸데없는 상상을 해보기도 한다. 쉽게 읽히다가도, 생각을 해보게도 만들고, 상상을 하게도 하는 그의 글들은 훌쩍 끝나버린다. 개인적으로는 ‘알 수 ‘있는’ 사람의 마음(177쪽)’을 가장 공감하며 읽은 원픽(One-Pick)으로 꼽고 싶다. 일독해 보시길 추천드린다. 하작가는 “‘인생’에는 35년 동안 소설을 써오면서 소설이 아니었으므로 크게 중요하게 여기지는 않았으나 애정의 심도만큼은 소설에 못지 않은 산문들이 담겨 있다”며 “가난하고 소외된 인생에서도 끝없이 우주와 신을 명상했던 스피노자 선생께 보잘 것 없지만 제 삶이 담긴 이 책을 바친다”고 말했다.청색종이 刊. 280쪽. 1만5,000원

하창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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