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전이 되고 이튿날 젊은 중공군들이 저격능선에서 큰 목소리로 '고향으로 간다'며 손을 흔들었어요. 아군 병사들이 '우리도 간다'며 손을 흔들고 서로 만세를 불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국전쟁 당시 김화 계웅산전투, 철원 500고지 전투 등에 참가했던 박명호 백마고지참전전우회장(92)의 이야기다. 철원문화원이 펴낸 ‘구술로 듣는 철원군 6·25참전용사 이야기’에서 보고 들을 수 있다. 이번 구술집에는 철원군에 거주하는 90대 초반의 노병(전투병·행정병·노무자) 등 51명이 6·25전쟁을 겪은 이야기와 생애사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자원입대해 안강전투, 흥남비료공장전투, 전라도 공비토벌에 참가한 역전의 용사 김형교 씨, 나라를 빼앗길 수 없다는 마음으로 부모님 몰래 부안에서 서울로 올라와 자원입대한 고흥순 씨의 용맹한 이야기가 먹먹함과 애국심을 다시금 일깨운다. 북진 중 인민군으로 끌려가 간호원이 된 애인을 총살 직전에 구출해 원주에서 헤어졌는데 그 생사를 모른채 72년을 기다리고 있는 황극열 씨, 미군 폭격으로 아버지를 잃었으나 장시화 목사와 함께 경천애인사 아동원을 창립해 전쟁고아 500명의 의식주를 해결한 장홍기 전 동송읍장의 구술도 전쟁의 비극과 휴머니즘을 전하고 있다.
임병순 철원문화원 철원학연구소장은 “구술집을 통해 6·25참전용사들이 목숨을 바쳐 나라를 지켰다는 것을 후손들이 알아주길 바란다. 참전용사에 대한 정신적, 경제적 예우와 평화통일의 길에 작은 도움이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편집디자인은 도서출판 산책이 맡았다. 철원문화원은 오는 30일 오전 11시 문화원 3층에서 출판기념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철원문화원 刊. 53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