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지방분권·균형발전 국정과제, 껍데기가 되어 가나

윤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서 언급 안 해
지방분권전국회의, 분권균형발전부 설치 촉구
일자리·문화·복지 총망라 특단 대책 세워야

윤석열 대통령은 17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을 했다. 내·외신 기자 모두 참여한 가운데 윤 대통령이 약 20분간의 모두발언에서 이날로 취임 100일을 맞은 소회와 앞으로의 국정 운영 구상을 밝혔고 나머지 25분간 기자들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난 휴가 기간 정치를 시작한 후 1년여의 시간을 돌아봤고, 취임 100일을 맞은 지금도 시작도 국민, 방향도 국민, 목표도 국민이라고 하는 것을 가슴에 새기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국민 안전은 국가의 무한 책임이다. 국민께서 안심할 때까지 끝까지 챙기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모두발언에서 지방분권이나 균형발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은 실망스럽다.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인구는 이미 2019년 12월 기준으로 사상 처음 전체 인구의 50%를 돌파했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1960년 20.8%에서 1980년대 35.5%, 2000년 46.3% 등으로 꾸준히 늘었다. 정부부처 세종시 이전이나 혁신도시,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을 추진하면서 2011∼2015년 잠시 주춤했지만 2016년부터 다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역 균형발전 정책 효과가 크지 않고 후속 대책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도권 인구 집중은 수도권과 지방의 일자리와 교육 여건, 생활 편의 등의 격차에 기인한다. 이에 따라 지방분권전국회의는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지방분권·균형발전 실천을 위해 강력한 집행력을 가진 ‘부총리급의 분권균형발전부’ 설치를 촉구했다. 윤석열 정부는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윤석열 정부는 올 7월26일 6대 국정목표와 그에 따른 120개 국정과제를 최종 확정, 발표했다. 6대 국정목표에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가 설정됐다. 120개 국정과제에는 ‘지방분권 강화’, ‘공공기관 이전’ 등 10개의 지방분권-균형발전 과제가 포함됐다.

그러나 이러한 국정과제는 좀처럼 진척이 안 되고 있다. 오히려 주요 정책 실행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는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반도체 학과 학생 수 확대를 명분으로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늘리도록 허용하고, 산업입지 규제 개선을 명분으로 수도권 자연보전권역에 공장 신·증설 면적 확대 및 국내 복귀 기업의 수도권 경제자유구역 내 공장 신·증설 허용 방침을 잇따라 발표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규제완화, 규제개혁의 이름으로 수도권 초집중의 심화를 부추기는 반균형발전 정책이라는 점에서 깊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지방시대가 아니라 수도권시대, 균형발전이 아니라 수도권 초집중을 확대,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균형발전 전략은 장기적 비전을 갖고 일자리·교육·문화·복지까지 특단의 복합처방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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