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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쪼그라드는 대한민국’

인구를 늘리기 위한 예산은 지난 15년간 약 200조원이 넘었다. 그러나 인구 감소는 여전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가 정부 수립 이후 처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말로만 우려하던 ‘쪼그라드는 대한민국’이 마침내 현실화한 것이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인구·사회·경제 복합위기’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 인구 부문 집계 결과’에 따르면 11월1일을 기준으로 한 지난해 총인구(5,173만8,000명)는 1년 전보다 9만1,000명(0.2%) 줄었다. 정부 수립 직후 인구조사가 시작된 1949년 이래 72년 만의 첫 감소다. ▼인구학에서 상식으로 통하는 담론은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가져올 국가 경제성장의 저해다. 노동자와 소비자가 줄어들면 성장엔진을 돌릴 수 없어 시장은 활력을 잃게 된다. 성장 지체와 경제 활력의 감소는 노인 부양의 부담으로 연결되고, 복지와 사회보장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문제가 생긴다는 논리다. 맞는 이론이지만 구멍이 있다. 태어날 아이를 시장이 요구하는 노동력과 소비자로만 보는 시각 때문이다. 청년은 결혼과 출산 전, 가족 형성을 통한 행복한 삶을 꿈꾼다. 양육과 교육, 노동과 소비, 가족과 주거, 노후와 여가가 모두 이 희망적 계산 안에 있다. 그래서 출생은 생산가능인구 증가보다 더 심오한 우리 삶의 근본적 의미와 연결돼 있다. ▼출생은 우리가 생각하고 공부하고 일하고 웃고 즐기고 더불어 사는, 존중받아야 하는 존재로서의 출발이다. 출생아를 잠재적 노동력으로 간주하고 시장 유지의 조바심에서 나온 정책이 과연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지게 할까? 청년들에게 기존의 사회질서만을 강요해선 곤란하다. 젊은 세대가 기성세대에 맞추는 게 아니라 사회의 전반적인 시스템이 청년에게 맞춰져야 출산율이 높아진다. 가정에서든 직장에서든 누군가 희생해야 한다는 예전의 사고방식을 버려야 한다. 출산정책의 해답을 청년정책에서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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