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아직 끝나지 않은 폭우, 피해 최소화가 중요하다

300㎜ 물폭탄에 3명 사망 등 피해 속출
빗물 머금은 지반 추가 붕괴 등 우려돼
기후변화 대응 재난 대비 시스템 갖춰야

강원 영서지역에 이틀간 300㎜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며 3명이 숨지는 등 곳곳에서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시간당 최대 47.5㎜의 폭우가 내리며 산사태로 인한 주택 매몰, 물놀이 사고, 토사 유출, 도로 침수가 잇따랐다. 또 농경지 25㏊가 물에 잠겼고 주택 5채와 주유소 1곳이 침수됐다. 문제는 아직 2차 장마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11일 오전까지 수도권과 중부지방에 강한 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기상청은 우리나라가 제7호 태풍 ‘무란(MULAN)’의 직접 영향권에 들지는 않겠지만 태풍이 밀어 올린 기압계 배치 영향은 우리나라의 기록적 폭우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걱정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미 물폭탄을 맞은 지반은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다. 추가 붕괴나 토사 유출, 산사태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높다. 따라서 추가 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설물 붕괴·유실 사고 등을 방지할 안전 대책을 빈틈없이 가동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이번 폭우를 천재지변으로만 간주해선 안 된다. 기후변화로 폭우가 점점 잦아지고 강해지는 극한 강수 양상은 이미 예견돼 왔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와 자치단체는 재난 상황 대비에 소홀했는지를 오히려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특히 횡성군에서 발생한 산사태에 대해 주민들은 태양광 개발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무분별한 개발 정책이 위험을 키웠다는 것이다. 도내 곳곳에 태양광 보급이 이뤄졌다. 산비탈을 마구잡이로 깎는 난개발도 급증해 산사태 위험을 높이고 있다. 유사한 인재(人災)성 재난이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또한 침수가 잦은 지역과 취약 시설물의 안전을 점검·보강하고 재난 발생 초기부터 신속히 대처해 더 이상의 폭우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 다음 주 초까지가 장마의 최대 고비가 될 전망이다.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대책은 바로 철저한 대비다. 재난 대비 역량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때다.

이번 집중호우는 남북으로 좁고 동서로 긴 비구름대가 서해안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유입되면서 발생했다. ‘물폭탄’을 품은 구름대는 고온 다습한 남쪽의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의 한랭 건조한 저기압대가 한반도 허리에서 만나 형성됐다고 기상청은 밝혔다.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근본적인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기상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후변화가 더 종잡을 수 없는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하니 문제는 더 심각하다. 폭우뿐 아니라 폭염, 가뭄, 폭설, 산불 등 상식을 뛰어넘는 규모와 강도로 기상이변이 도래한다고 봐야 한다. 이는 이제까지와는 다른 대응을 요구한다. 불가항력적인 천재라고는 하지만 대처만 잘한다면 피해는 줄일 수 있다. 종합적 기후변화 대응은 지자체의 힘만으론 불가능하다. 바뀌고 있는 기후변화를 전제로 정부와 함께 도내 재난 대비 시스템을 확실하게 재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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