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문화단상]현대생활과 소음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어느 나라에서나 많은 사람이 도시에 모여 살고 있다. 생활하는데 편리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불편한 점도 많다. 특히 각종 소음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다. 자동차 엔진과 휴대전화 소리, 길가 상점에서 들리는 요란한 음악 소리, 공사장 소음, 선거철의 가두 방송, 각종 시위군중의 함성 등으로 정신이 멍해지고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다.

식당이나 카페의 실내 소음도 수면장애나 집중력 저하를 가져올 수 있다. 평소에 한적한 마을에서는 이와 같은 소음 공해에 시달리지는 않지만 여름 휴가철이 되면 피서지 근처에서 취객들의 심야 고성에 짜증 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소음 공해는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켜 혈압을 높이고 심혈관 질환과 뇌졸중 위험도 증대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짜증과 불쾌감을 유발하는 소음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일의 능률이 저하되며 불면증을 유발하고 우울증과 치매의 발병 위험도 높아진다. 특히 아동에게는 읽기와 같은 인지기능의 발달이 지체되기도 한다.

층간소음이 이웃 간 폭력을 유발할 정도로 갈등의 소지가 되는 이유도 그 소음이 특수한 유형의 영역 스트레스이기 때문이다. 주변의 자극이 심하더라도 그것을 조절할 수 있다고 믿으면 스트레스에 대한 과민 반응은 감소될 것이다. 이러한 스트레스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조용히 있는 것을 잠시도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혼밥’이나 ‘혼술’이 유행이라고 해도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적다.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언제나 텔레비전이나 오디오를 크게 켜놓고 혼자라는 느낌에서 벗어나려 하고 밖에서도 온종일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닌다.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려면 침묵하고 내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조용한 시간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고 혈압을 강하시켜 건강에도 유익하다. 그리고 혼자서 조용히 있는 침묵 속에서 창의성이 개발되며 학습과 회상에 관련된 뇌신경이 생성된다. 지루함을 인내하는 자제력과 자기성찰의 힘도 배양된다.

사람들이 모여 활동하는 자체가 소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인에게는 소음과 함께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 불가피할지 모르지만 가급적 조용한 시간을 확보하여 심신을 정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접하는 비교적 소란스럽지 않은 백색소음, 즉 파도 소리, 빗소리, 냇물 소리, 바람 소리 등은 귀에 쉽게 익숙해져서 오히려 신경을 자극하는 잡음을 중화시키고 심신을 안정시키며 기억력과 집중력 증가 및 스트레스 감소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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