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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혼자만 떨어지는 쌀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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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데 오히려 떨어지는 것이 있다. 쌀값이다. 세계적인 초인플레이션 시대에 유독 쌀값만 폭락한 것이다. 농민들은 추수를 앞두고 큰 걱정이다. 농협도 마찬가지다. 농협 창고에 재고미가 꽉 차 있는 상황이다. ▼지역농협들이 조합원들에게 호소문에 가까운 안내문을 보내 ‘쌀 구입''을 요청하고 있다. 지역농협 조합원 대부분이 농사를 짓는다. 오죽 급했으면 벼농사를 하는 조합원들에게 ‘쌀을 사 달라''고 호소를 할까. 가격도 가격이지만 창고에 가득 찬 재고미를 처리하지 못하면 가을에 벼 수매를 할 수 없다는 것이 농협들의 걱정이다. 농민은 쌀값 폭락으로 아우성인데 소비자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한다. ▼햅쌀 수확철이 임박하면서 쌀값 하락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란 전망이다. 전국적으로 재고미가 쌓여 창고를 비우기 위한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도내 농협과 지방자치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지역 내 쌀을 구입해 본인들도 소비하고 전국의 지인들에게 보내자는 것이다. 여기에서도 전국적인 출혈 경쟁이 우려된다. 강원도보다 많은 쌀이 생산되는 지역의 쌀이 본격적으로 풀리면 강원도 내 쌀값은 더욱 타격을 입게 된다. ▼과거에 논을 밭으로 바꾸려 해도 허가가 잘 나지 않는 때가 있었다. 쌀이 우리 국민의 주식이던 시기에 ‘세계적인 식량의 무기화'' 우려가 큰 이유였다. 쌀값 폭락의 가장 큰 원인은 수요보다 많은 생산량 때문이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56.9㎏이다. 일일 소비량 155g으로, 시민단체가 계산해 보니 국민 1인당 매월 쌀값 지출금액은 1만1,000원, 하루 356원에 불과하단다. 1980년 1인당 쌀 소비량이 132.4㎏, 1990년 119.6㎏이었다. 지금은 국민이 햇반 하나로 하루를 때우는 셈이다. 정부의 정책 실패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농업이 2, 3차 산업과 결합해 6차 산업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지가 벌써 20여년 전인데, 아직도 농지규제는 그 어떤 규제보다 강하다. 농민들의 쌀값 걱정에 근본 대책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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