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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피를 먹는 ‘지뢰’

지뢰는 1277년 중국 송나라 때 처음 등장했다. 몽골 기마병을 막기 위해서였다. 지뢰는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에 전해져 성을 비롯한 방어시설에 쓰였다. 현대에 이르러 대인, 대전차 용도로 개발된 지뢰는 가장 비인도적인 무기로 지탄받는다. 지금은 원격 조정하는 스마트 지뢰까지 개발됐다. 전쟁은 평화협정을 맺으면 끝나지만 ‘지뢰전''의 끝은 가늠할 수 없다. 전 세계 곳곳에 깔린 지뢰는 1억1,000만발 이상으로 추정된다. 해마다 지뢰 폭발로 1만여명의 사상자가 나온다. ▼한반도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지뢰 위험지역이다. 6·25전쟁 당시 전국에 묻혔고, 전쟁 이후에도 분단된 남북은 경쟁적으로 매설했다. 비무장지대(DMZ)에만 약 200만발이 설치돼 있다. 휴전 이후 지뢰로 죽거나 다친 군인·민간인이 3,000∼4,000여명에 달한다. 특히 DMZ 남방한계선에 경계철조망이 없던 1960년대 무장간첩의 DMZ를 통한 도발을 막기 위해 설치한 지뢰는 매설 정보가 없어 미확인 지뢰로 방치되고 있다. 막대한 시간과 전문 인력, 비용에 위험 부담이 커 지뢰 제거 작업은 쉽지 않다. ▼잊을 만하면 지뢰 폭발사고가 발생한다. 지난 3일 오전 9시30분께 철원군 김화읍 도창리 민통선 내 화강 지류인 유곡천에서 대전차지뢰로 추정되는 폭발물이 터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굴삭기 운전자 60대 A씨가 숨졌다. 주민들은 여름철 집중호우나 장마철만 되면 민통선지역을 중심으로 땅속에 묻혀 있던 지뢰가 토사에 쓸려 드러나거나 북한에서 떠내려온 유실지뢰 등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속출하고 있어 불안해하고 있다. ▼강원도는 휴전선 DMZ의 60% 이상을 끼고 있는 지역으로 이런 사고 위험이 상존한다. 지뢰는 전쟁과 분쟁이 끝난 후에도 계속 사람과 동물을 해치며 마을 공동체에 두려움을 주고 있다. 그래서 지뢰를 피를 먹고 사는 평화의 장애물이라고 했던가. 접경지역 주민들이 미확인 지뢰지대에 그대로 노출된 채 불안한 나날을 보내는 현실에 국가의 존재 이유를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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