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원동력은 수출이다. 수출 확대를 위해 정부는 1964년부터 산업훈장을 수여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달 29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회관에서 열린 상공의날 기념식에서 춘천의 바디텍메드가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춘천 기업 중 사실상 최초다. 코로나19 이후 진단키트가 주목을 받으면서 바디텍메드 최의열 대표는 국내외에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출장을 다녀왔고 이달 중순에는 인도네시아 출국을 앞두고 있다. 좀처럼 만나기 힘든 최의열 대표를 지난 5일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를 이용, 화상으로 만나봤다.
창업 23년만에 연매출 1천억 달성…직원 3명에서 500명으로
코로나 사태속 최신 진단키트 기술 상용화 세계 시장서 각광
벤처창업 전 10년은 관련시장 경험 쌓아야 시행착오 줄어들 것
■석탑산업훈장 수상을 축하한다. 춘천 기업으로는 처음이라 들었다=“아마도 매출 1,000억원이 넘는 회사가 많지 않은 데다 수출 업체로서는 거의 유일하기에 상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 좋은 상을 받게 돼 기쁘다. 기념비적이고 의미가 있다고 본다. 춘천에서 창업한 지 23년가량 됐다. 처음에 직원 3명으로 시작했다. 그리고 현재 춘천에 500여명을 고용한 토종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대부분의 직원이 강원도 출신이다. 제조업인 데다 매출의 90% 이상을 수출하다 보니 석탑훈장을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바디텍메드는 어떤 회사인가=“1998년 설립됐다. 고객 감동 제품 개발과 생명 존중이라는 기업 가치가 주요 목표다. 면역진단의 현장진단 분야에서 20년 이상 사업 경력을 축적했다. 현장진단은 환자가 있는 곳에서 즉각적인 진단을 시행하는 것을 말한다. 혈액이나 소변 등을 채취, 10분 정도 내에 진단하는 것이다. 바디텍메드의 현장진단 솔루션은 대형장비를 통한 검사 방법과 비교했을 때 사용법이 간단하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회사에서 만든 타액 진단키트가 주목을 받고 있다=“지난해 5월 타액진단키트 수출 허가를 받았다. 현재 당시 보다 성능을 대폭 개선한 제품에 대해 수출 허가와 국내 사용 승인을 위한 과정이 진행 중이다. 국내 주요 병원에서 임상을 진행 중이다. 임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수출 허가를 먼저 신청 할 계획이다. 수출 허가는 국내 사용승인과 비교해서 절차가 비교적 간단하기에 이달 중으로 종료될 예정이다. 국내 사용 승인은 수출 허가 대비 필요 검체가 많아 임상 기간 및 허가 심사 기간이 오래 걸린다. 다만 최근 국내에서 타액진단키트에 대한 공급 필요성이 강하게 요구되기에 심사 기간이 일반적인 제품의 국내 사용과 승인 대비해서는 짧게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
■진단키트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데=“바디텍메드는 타 진단업체와 달리 다양한 진단키트를 통해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갖췄다. 진단기기를 바탕으로 한 다양한 진단 제품을 판매하는 플랫폼 구조를 갖춘 셈이다. 이를 바탕으로 코로나로 인해 전 세계에 대폭 확대된 진단기기를 기반 삼아 꾸준한 매출 확대를 이어 갈 계획이다. 거기에 더해 코로나 엔데믹 시대 전환을 위해 자가진단용 타액진단키트, 중화항체 진단키트, 자가진단용 항원진단키트 등으로 매출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최근 미국 진출에 나섰다=“미국 현지에서는 현재 코로나19 자가진단키트의 긴급사용 승인을 진행 중이다. 승인 시점은 변동 가능성이 크지만 기본적으로 상반기 이내 마무리를 목표로 하고 있다. 또 플로리다주와 진단키트 생산시설 구축을 위한 MOU를 사전적으로 체결했다. 플로리다주정부는 1단계 코로나 장기화 상황에서 자가진단키트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우리는 생산하는 주요 현장진단용 제품들로 공급 확대를 진행할 계획이다. 바디텍메드는 플로리다주를 시작으로 미국 시장 전역으로 시장을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벤처 열풍이 불고 있다. 강원도 내 벤처 1세대로서 조언을 해달라=“우리의 각 정부마다 벤처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많이 노력하고 있다. 또 최근 젊은 대학생들도 창업 의지가 상당히 높다. 지원 방안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쉽지 않은 길이라고 보인다. 산업마다 다르겠지만 IT 분야는 가능하면 젊어서 창업하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바이오 분야는 직장 생활을 좀 하다 40대 정도에 창업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우선 분야마다 창업 시기에 대해 조언을 하고 싶다.”
■창업에 경험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우리나라의 벤처기업 육성 자금과 제도가 굉장히 좋다. 여기에 경험이 쌓인다면 창업을 할 경우 더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실제 우리 회사의 경우도 창업한 이후 10년 동안 매출이 없었다. 당시 아무것도 모르고 창업을 했다. 1세대이다 보니 가르쳐 준 사람이 없었다. 최소한 시장에 대해 일정의 경험을 갖고 창업을 하면 생존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기간이 10년이라면 절반인 5년으로 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시장에 뛰어들기 전에 관련 사업 전시회에도 좀 다니고 해당 분야가 어떤지 미리 경험을 한다면 실패할 확률이 적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래서 20세에 창업을 하겠다는 경우는 30세에, 30세에 시작하겠다는 사람은 40세에 창업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향후 목표가 있다면=“그동안 진단기기 기반의 플랫폼 확장에 주력했지만 앞으로는 모바일 기반의 플랫폼 확장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국내를 비롯, 세계 진단 시장은 OTC(Over The Counter) 시장으로 급격하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 역시 이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위해 관련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장기적인 성장 기반 마련을 위해 치료약물농도감시 제품 확장도 진행중이다. 현재까지 9종의 관련 제품을 출시했다. 지난해 4월에는 셀트리온 헬스케어와 인플릭시맙 진단 제품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셀트리온 외에 추가적인 글로벌 제약사로의 공급처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벤처를 준비하는 이들을 위한 충고도 부탁한다=“가장 중요한 것이 언제든 창업한 것을 관두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후퇴 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 놓고 창업을 하게 될 경우 반드시 실패하게 된다. 퇴로가 없어야지 절박해지고, 절박해야 죽기 살기로 하게 된다. 요즘은 모든 시장이 대부분 포화 상태다. 좋지 않은 상품과 관련된 시장은 아예 만들어지지 않는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있는데 시장이 없다면 처음부터 만들어야 하고, 이미 시장이 있는 곳에 참여하면 경쟁자가 많다. 그리고 경쟁자도 다 이겨야 한다. 이 과정에서 살아남아야 하는데 퇴로를 만들고 도망 간다면 살 수는 있겠지만 그것은 아니라고 본다. 확실히 길을 선택했으면 다리를 불살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움직여야 한다.”
경제부장
■최의열 대표는
서울대에서 세포생물학을 전공, 미국 테네시주립대에서 세포생물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1992년 한림대에 부임했다. 이후 1998년 의료진단 시약의 국산화와 우수 제자들의 취업을 위해 창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한림대 창업보육센터 1호 입주기업으로 바디텍(주)을 창업, 2002년 바디텍메드(주)로 상호를 변경했다. 강원도 1세대 벤처기업인 셈이다. 특히 바디텍메드는 체외진단기기 전문업체로 강원도의 바이오 산업 육성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2015년 코스닥 상장을 거쳐 2020년 사상 최대 실적인 연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선도적인 R&D로 ‘타액 이용 코로나 진단키트' 세계 최초 개발이라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