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열에너지클러스터
빅데이터·스마트팜
공존 상생 모델 기대
광판리. 팔봉산. 여름이고 겨울이면 어김없이 뛰놀던 곳. 그렇다. 필자의 고향, 더 정확히는 어머니가 나고 자라신 곳 춘천이다. 일터가 서울이라 어릴 때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춘천에 자주 가게 된다. 이맘때쯤 춘천에 가면 가장 정감 있는 것이 집집마다 열린 감이다. 좋은 비료를 주지도 않을 텐데 춘천의 감들은 저리도 탐스러울까. 어떤 특별한 기운이 흐르는 게 분명하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짐 로저스가 말하는 블루오션의 한국, 농업과 관광에 최적화된 곳이 이 땅, 춘천이 아닐까.
필자는 공인회계사다. 글로벌 컨설팅사에서 십수년을 근무하면서 우리나라뿐 아니라 유럽의 폴란드에서 살았었는데 폴란드와 독일은 대표적인 유럽의 농업국가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농업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지금은 그 경험을 살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라는 기관의 이사로 활동도 하고 있다.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의 영역 중 하나가 바로 농림수산식품 모태펀드를 출자하고 관리하는 것인데 필자가 가장 관심있어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흔히들 펀드라고 하면 상장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모태펀드라는 것은 조금 다르다. 농식품경영체 중에서는 사업규모상 또는 사업 영역상의 한계로 융자로는 투자가 어려운 곳이 많은데 이런 데를 발굴해서 투자하고 그 성과를 정부와 공유하는 개념이 모태펀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여기에서 미래형 사업이나 융복합 사업을 많이 접하게 된다.
농업 하면 흔히들 논농사, 밭농사를 떠올리기도 하는데 농업을 더 이상 이런 기존의 틀로만 봐서는 안 된다 말하고 싶다. 또 스마트팜처럼 물리적·복합체적 수단으로만 미래상을 그리는 것도 스스로를 제약하는게 아닐까 싶다. 글로벌에서 살아남기 위해 우리나라가 가진 장점을 접목해서 어떻게 자생력을 키우고 더 나아가 경쟁력을 살릴 것인가를 고민하면서 농업을 바라봐야 하겠다. 필자는 그중에서도 농업 빅데이터(Big Data)를 제시하고자 한다. 농업이라는 데이터는 이미 수천년이 쌓여 왔다. 우리 모두의 몸 안에 쌓여 있다. 정보통신(IT) 강국의 경험을 살려 인공지능(AI) 기반 생육측정 자동화서비스라든지 농업경영지원서비스 플랫폼이 구축된다면 이야말로 농업 빅데이터 산업 경쟁력에 있어 우위를 가지는 길이다. 예를 들어 과실류를 재배하는 농업인들은 기후나 환경변화에 크게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과실의 출하예상량 및 가격예측을 통해 작목 전환을 도와줄 수 있다. 관행적으로 몇 년에 한 번씩 작목을 전환하던 것을 빅데이터 기반으로 농가 수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춘천에는 이미 더존과 같은 데이터기반 산업체가 있어 자양분이 충분하다. 또 현재 구축 중인 수열에너지클러스터는 빅데이터센터와 스마트팜이 공존 상생하는 것으로 진정한 농업과 정보통신의 융복합 모델로 기대받고 있다. 이재수 춘천시장은 농업학 박사로 청와대 농어업비서실 선임행정관으로 일했기 때문에 누구보다 이런 이해가 밝고 관련 산업 생태계를 만드는 데 관심이 많다. 1780년 소양정이 중수되고 대제학을 지낸 당대 문사 홍양호(洪良浩·1724~1802년)가 글을 썼다. 그 글 안에는 “내가 듣기에 춘천의 산천은 매우 빼어나고 맑아서 산을 봉의산이라 하고, 들판을 인기( )라 하며, 강을 소양(昭陽)이라 하고, 풀을 구엽지만(九葉之蔓·삼지구엽초), 삼수지지(三秀之芝·영지버섯의 별칭), 천세지령(千歲之笭·복령)이라 한다”는 말을 썼다. 춘천 땅의 기운을 받은 각종 산물은 이미 천하의 보물이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고 있다. 춘천에서 농업의 미래를 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