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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강원대 교수의 수면과 생체리듬]야간근무시 수면장애 확률 2배 당뇨·뇌졸중·심혈관질환 유발

(13) 교대근무, (1)생체리듬 변화로 인한 병리?

교대근무란 통상적인 주간의 업무시간을 벗어나는 근무 형태로, 주야간 교대, 격일제, 고정 야간 근무 등을 하는 의료기관 종사자, 아파트 경비, 운전기사 등이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직종이 존재한다. 산업사회에서 직장인의 20% 가량이 교대근무로 인한 수면장애를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한 역학연구에 의하면 교대근무자의 수면장애 유병률이 일반 근무자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교대근무 수면장애의 특징은 불면증이 흔하고 이로 인한 만성 피로감이나 집중력 저하가 동반되며, 근무 시간에 과다 졸음을 호소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교대근무자의 수면 문제는 불규칙한 수면-각성 패턴으로 인해 인체의 생체리듬을 담당하는 생체시계가 교란돼 발생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생체시계는 빛과 같은 외부의 자극을 받아 다양한 생체리듬이 외부환경과 동일한 주기로 동조화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 결과로서 우리는 사회생활에 잘 적응하며 지낼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순환 교대근무 또는 야간 근무로의 빈번한 변환은 변경된 근무 시간에 맞춰 생체리듬체계가 적응하는 것을 어렵게 하며, 생리적으로 요구되는 시간과 실제 시간이 충돌하여 발생하는 생체시계의 교란이 반복돼 일어나게 된다.

교대근무자가 자신의 생물학적 시간과 어긋나게 사회생활을 유지하게 되면 만성적 수면 부족에 시달리게 될 뿐 아니라 사회 적응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실제 교대근무자들은 일반인에 비해 스트레스에 취약성을 가지며 불안, 우울감 등의 정서적 문제를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각성상태를 유발하기 위해 카페인이나 각성제, 알코올, 니코틴 등 각종 약물 사용의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만성적 스트레스 상태는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의 신경내분비적 변화를 일으키고, 코티솔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증가시켜 교대근무자의 우울증 발병에 기여할 가능성이 높다.

교대근무로 인해 수면을 취하는 시간대가 바뀌고 식사 시간의 변동이 생기면 인체의 식욕을 조절하는 핵심 호르몬의 균형이 깨지게 되며, 이는 식이, 체중, 대사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실제 야간 근무자에게서 고칼로리 음식 섭취량이 유의하게 증가하고 체중 증가 또한 자주 관찰돼 대사성 장애로 발전할 수 있다. 대사성 장애는 포도당 및 지질대사 이상과도 밀접하게 관련되며 궁극적으로 당뇨, 심혈관 질환 및 뇌졸중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교대근무자의 대사성 장애의 예방과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교대근무로 인해 장내 미생물 군집의 리듬 장애가 위장의 불편감을 초래하고, 이는 야간 근무자에서 주간 근무자에 비해 위궤양 빈도가 높은 이유를 설명하기도 했다. 이는 교대근무자의 장기적 건강 상태에 적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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