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금배추를 지켜라” 외지인 출입 막고 순찰 도는 주민들

강릉 안반데기 '절도와의 전쟁'

◇절기상 추분(秋分)을 하루 앞둔 21일 해발 1,100m 국내 최대 고랭지 배추밭인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에 절도행위 금지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 강릉=권태명기자

최장 장마·잇단 태풍 영향 배춧값 금값에 절도사건 잇따라

경찰 순찰차 고정배치…주민들 “서리 개념 생각해선 안돼”

역대 가장 긴 장마와 잇단 태풍으로 배춧값이 금값으로 변하면서 주인 허락 없이 밭에서 배추를 뽑아가는 사례가 속출, 농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1일 국내 최대 고랭지배추 생산지인 강릉 안반데기 일원에는 '농작물 절도행위 금지' 등의 경고 내용을 담은 현수막이 마을 곳곳에 내걸려 있었다. 일부 마을에서는 화물차로 외지인의 출입을 막고 있으며 주민들이 순찰조를 구성해 오후 늦은 시간까지 마을 곳곳을 순찰하는 등 절도행위를 막기 위해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경찰도 추석을 전후해 안반데기 일원에 순찰차 1대를 고정 배치하는 등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수확이 80%가량 마무리된 상태에서 농민들은 배추 한 포기라도 더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대기2리 최선동(54) 이장은 “외지인들이 수확작업이 끝난 것으로 알고 뽑아가는 경우도 있지만 범죄라는 인식조차 못 하는 경우가 있다”며 “서리의 개념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달 말 평창 고랭지 밭에서 배추를 훔친 혐의로 70대 남성과 6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배추가 절도의 표적이 된 것은 예년에 비해 수확 물량이 크게 줄어든 탓에 가격이 1년 새 2배 이상 치솟았기 때문이다. 평년 기준 9포기였던 고랭지배추의 평당 생산수율(원재료 투입량에 대한 제품 생산량 비율)은 올해 5~6포기로 감소한 상태다. 이에 롯데마트가 오는 27일까지 안반데기 배추 70톤을 시세보다 30% 가량 저렴한 가격(1포기당 7,000원)에 판매하는 등 가격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배춧값 급등으로 인해 접경지역의 배추 군납에도 차질이 생기자 국방부가 배추김치 급식량 및 급식 시기를 조정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한기호(춘천-철원-화천-양구을) 국회의원은 “지역 주민들을 돕기 위해 국방부가 배추김치 급식량과 급식시기를 조정하고, 배추가 아닌 접경지역에서 생산되는 다른 작물로 납품을 대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권태명·김천열·원선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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