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3월 초 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하루 1,000명에 가까운 발생을 보였던 코로나19가 정부와 의료진,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4월부터 조절되는 양상을 보였다. 경제 상황의 급격한 악화, 사회 활동의 회복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을 느슨하게 하면서 조금씩 확진자가 증가하다가 지난주 서울 사랑제일교회와 보수단체 대형집회를 계기로 폭증하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도 대략 1주일 전에 비해 누적환자가 거의 두 배가 돼 어느새 100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본격적인 코로나의 2차 유행 피크에 접어들었다.
현재 대부분의 환자가 발생하는 서울·경기지역이 가장 적극적으로 대비책을 마련하고 있어 강 건너 불구경만 해서는 안 될 우리 강원도가 그것을 미리 점검하면 크게 참조가 될 것이다. 수도권 대책의 핵심은 확진자를 입원시킬 병상의 효율적 활용에 대한 것이다. 코로나19는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보면 대략 85%의 환자가 무증상 내지 가벼운 감기 증상이고, 나머지 15%의 환자가 입원 치료를 요한다. 30일 이상의 철저한 격리가 필요한 이 병의 치료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환자를 중증도에 따라 잘 분리해 적절한 장소에서 적절한 의료진을 투입해 효율적인 치료를 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85%의 경증환자가 코로나 전담병원의 입원실을 차지하고 장기간 입원하면서, 정작 중증의 환자가 입원을 못 하고 때로는 치명적이 됨을 우리는 지난 대구·경북지역에서 겪었다. 주목할 것은 대구·경북지역이 입원병상의 부족으로 곤란을 겪을 때 도입된 것이 생활치료센터다. 병원이 아닌 기숙사, 숙소 등을 이용해 1인1실을 제공하며, 경증의 환자가 입소해 최소한의 의료진으로부터 관리를 받는 것이다. 물론 음압격리실이 필요하지 않다. 때로 중증으로 진행하는 경우 주변의 전담병원으로 이송해 집중적인 치료를 받게 된다.
생활치료센터의 장점은 우선 무증상 내지 경증의 환자를 수용함으로써 병원의 병상을 과잉 소모되지 않게 되고, 중증의 환자 치료에 의료진이 집중할 수 있어 사망률의 감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반년이 넘어가면서 피로감이 극도에 달한 의료진의 노고를 경감시킬 것이다. 경증의 환자 입장에서도 음압시설이 된 병실보다는 숙소형의 생활치료센터 입소가 훨씬 심적인 부담을 줄여준다. 거기에 적절한 시설을 이용하면 다량의 환자를 한꺼번에 입소, 관리할 수 있다. 필자가 속한 강원대병원도 올 3월 비교적 소수의 의료진을 경북 구미에 파견해 300명 이상의 환자를 생활치료센터에서 치료한 경험이 있으며, 이때 많은 장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단점이라면 화장실을 갖춘 1인 숙소를 확보하기가 어렵다는 것과 대량의 입소자들을 관리할 인력, 의료진을 따로 확보해야 하는 것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코로나 진료에 투입되지 않았던 병원과 행정인력의 힘을 빌리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한다.
메르스, 신종플루 등 지난 여러 번의 호흡기유행병의 경험을 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급격한 확진자의 증가는 강원도로 바로 파급됐다. 이제 강원도가 맞게 될 코로나19의 제2 유행을 대비해 필자는 생활치료센터의 운영을 적극 추천한다. 예산, 장소와 인력의 확보가 어렵다면 5개의 의료원 중 하나를 선정해 생활치료센터의 역할을 부여할 방안도 가능할 것 같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준비가 유행병의 급격한 증가를 막을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