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고도일의 통증정복]한쪽 다리만 터질듯이 아플땐 허리 디스크부터 의심해봐야

디스크 파열시 엉치뼈 아프고 발바닥 통증

수술 없이 고주파수핵감압술로 호전 가능

허리 디스크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가장 많이 알려진 질환이다. 어떤 증상이 나타나야 허리 디스크를 의심해볼 수 있을까? 보통 허리가 아파야 의심할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허리에서는 특별한 증상이 없고 다리가 아플 때 허리 디스크를 의심해봐야 한다. 수년 전 필자를 찾아왔던 한 환자도 비슷한 사례였다.

환자는 “어느 날부터 쥐가 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다리가 아파서 만지질 못하겠다. 온갖 치료를 다 받아봤는데 효과가 없어 고통스럽다”고 호소했다. 인근 병원에서 허리 디스크를 진단받았으나 허리에 통증이 전혀 없기에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 환자는 지방에서 올라왔는데 운전을 하고 오는 동안에도 엉치가 아프고 다리가 당겨서 운전도 어렵사리 하고 온 모양이었다. 허리에는 증상이 없고 다리만 불편했지만 이 증상이 바로 허리 디스크의 전형적인 증상이다. 요통이 있어야 허리 디스크라고 생각하겠지만, 허리 디스크의 주요 증상은 엉치와 허벅지, 종아리, 발가락, 발바닥 등의 통증이다. 튀어나온 디스크가 척수신경을 압박할 때 다리 쪽으로 내려가는 좌골신경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사례자는 용접공이었는데 평소 쪼그려 앉아서 작업하는 자세가 문제가 된 것 같았다. 쪼그려 앉거나 상체를 구부정하게 숙인 자세가 오래되면 척추가 앞으로 굽어지면서 디스크가 눌린 채로 뒤로 밀려난다. 주로 안 좋은 환경이 지속되거나 노화로 인해 약해진 상태일 때 디스크 속의 수핵이 밀려나와 척수신경을 건드릴 때 발생한다. 이 환자처럼 평소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증상이 시작되는 환자가 많다. 허리가 아닌 다리가 아프면 관절염, 혈액순환장애 등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러나 앞의 두 질환은 양쪽 다리가 모두 아픈 반면, 허리 디스크에 의한 좌골신경통은 한쪽 다리에만 증상이 뚜렷한 경우가 많아 어느 정도 구분이 가능하다.

다행히 요즘에는 허리 디스크 치료를 수술보단 비수술적 요법으로 더 많이 시행한다. 흔히 디스크가 터졌다고 생각하는 디스크 파열을 겪어도 절반 정도는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전체 환자 중에서도 수술이 필요한 정도는 약 10%에 불과하므로 안심해도 좋다. 사례자의 경우에도 수술까지 필요한 정도는 아니었기에 50도 정도의 저온 고주파열을 통해 디스크의 압력을 낮춰주는 고주파수핵감압술을 시행했다. 시술은 30분 정도 소요됐고, 하루 정도 안정을 취하자 다리 통증이 한결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척추질환이 생기면 주변 인대도 약해지므로 인대강화주사도 함께 병행했다. 감사하게도 이 환자는 4~5회 시술을 받은 후부터 달리기 같은 운동이 가능해졌고 10회 시술을 마친 후 직장 생활과 집안 농사일까지 거들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치료가 아무리 성공적이었다고 하더라도 생활습관이 그대로 남아 있으면 언제든지 재발될 수 있다. 그러므로 치료와 동시에 생활습관 교정, 근력 강화에 소홀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전문교육을 받은 의료진과 치료사를 통한 재활 프로그램도 잘 마련돼 있으므로 적극 활용해보는 것이 좋겠다.

고도일 병원장

피플&피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