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특별기고]지역 주민의 의료는 지역 병·의원에서

이승준 강원대병원장

진단과 치료과정 국제적 표준화

지나친 지역 의료 불신 버려야

지역민 신뢰 얻도록 더 노력할 것

“아프면 한국 가라.”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유행하면서 만들어진 신조어로 한국의 의료체계 우수성을 세계인이 인정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강원도라는 지역 내에서는 이런 공식이 적용될 수 있을까요? 강원도 내에는 현재 만성질환을 관리할 수 있는 의원급 다빈도질병 평가 우수기관이 300여개가 있고, 중증질환 치료를 할 수 있는 다빈도질병 평가 1등급 종합병원이 10여개가 있습니다. 도내에도 1·2·3차 병원의 균형적인 의료연계시스템이 갖춰져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보면 암과 같은 중증질환이 생기는 경우 수도권 대형병원으로 전원을 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암환자의 경우 통계에 의하면 40% 이상의 환자가 타 지역으로 전원되고 있습니다. 의료 공급자의 입장에서 보면 지역 내 의료에 대한 막연한 불신과 이에 따른 불안감이 이 같은 결과를 내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의료가 발전하면서 진단 및 치료과정이 국제적으로 표준화가 되고 있어 지나친 지역 의료에 대한 불신은 결국 개개 환자들이 먼 지역으로 이동해 많은 시간적, 경제적 부담을 감수하게 됩니다. 또한 국가적으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과 과밀화 현상이 발생해 의료서비스 이용의 비효율과 불합리함을 증가시키고 있습니다.

필자가 속한 춘천의 강원대병원은 올해 개원 20년이 됐는데 초창기의 의료원 수준에서 시작해, 이후 현대화된 기자재, 충분한 병상 확보, 전문 의료진의 대폭적인 확대 등으로 대부분의 중증질환을 수도권의 평균 진료수준 이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의료 시스템은 예전에 비해 급격히 발전했지만 강원도민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지 못하고 있음에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이 있습니다. 그 해결책은 결국 꾸준히 최고 수준의 의료 품질을 제공하고 환자 중심의 병원으로 발전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많은 도민이 겪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초기부터 지역을 책임진다는 목표 아래 급성 전염병에 대한 방역, 교육, 정책 지원을 포함해 확진환자 진료에 이르기까지 국내 어느 지역의 상급종합병원보다 양질의 진료서비스를 제공했습니다. 급격한 환자 발생이 있었던 3월 초에 구미생활치료센터 운영을 총괄하며 300명의 확진자를 관리 치료했고, 이탈리아 교민 수백명을 평창에 수용하던 때에는 역시 의료진을 파견해 검사 및 중증환자 전원을 담당했습니다. 전문의들로 구성된 의료진이 최신 음압병상과 격리병상을 이용해 타 지역의 코로나19 중환자를 거뜬히 치료해내고 있으며, 세계 최초의 양압 워킹스루진료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이 결국 지역 주민들의 지역 내 의료서비스에 대한 신뢰를 제고할 것이라 믿습니다.

이 밖에도 강원대병원은 암센터, 심뇌혈관센터, 호흡기센터 등 지역 내에서 우수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10여개의 전문질환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올해부터 신포괄 수가제를 도입해 환자의 입원 진료비 부담을 줄였습니다. 호스피스 병동과 가정호스피스 운영, 간호 간병 서비스 확대, 국내 최초 소아병동 입원전담의 상주 근무 등 환자 및 보호자의 실질적인 애로사항에 귀 기울이며 따뜻한 병원이 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래를 위한 투자로 첨단의료를 주관하는 의공학과를 신설하고, 진료 현장에 인공지능(AI)을 위시한 정밀의료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과정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습니다. “강원의료의 질과 품격을 높이는 병원”이라는 비전 아래 앞으로도 지역 주민의 신뢰를 통해 굳이 수도권을 찾지 않더라도 지역 내에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려 합니다. 강원도 의료의 발전을 위해 지역 내 의료기관에 대한 관심과 격려, 그리고 이용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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