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이정희 강원대 교수의 수면과 생체리듬]산소부족 뇌신경 세포 손상 치매 진행 가능성 높이기도

(11) 수면무호흡증, 기억력 감퇴 초래하는가?

수면 중 생리적인 변화는 뇌, 심장, 폐, 근육 등을 비롯한 인체의 모든 기관에서 일어날 수 있다. 수면 중 호흡장애는 상기도가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호흡 흐름의 감소나 정지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수면무호흡증이 가장 흔하다. 호흡이 멈출 때마다 저산소증이 나타나 이에 따른 잦은 각성으로 인해 낮에 졸음을 호소하게 된다. 이 결과로 주의력·기억력 등이 감퇴되고 사회적, 직업적 수행능력이 떨어져 삶의 질이 낮아지게 된다. 연령이 높아짐에 따라 수면무호흡증의 빈도는 증가하며 이러한 환자에서 치매 발병의 위험도뿐만 아니라 사망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어 그 임상적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다양한 신경인지 영역에서 감퇴가 일어나는데 저산소증이나 수면 분절과 관련성이 높으며 혈관병리와 산화스트레스 반응 등이 그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소혈관이 많이 분포하고 있는 대뇌 백질은 매우 취약해 이 부위의 허혈성 손상이 최근 연구에서 보고됐다. 또 산화스트레스 반응은 세포 내 독성작용을 일으킴으로써 대뇌 신경세포 손상에 기여하게 된다. 지금까지의 뇌 영상 연구는 수면무호흡증 환자에서 대뇌 전두엽 부피의 감소를 특징적으로 보여주는데, 전두엽은 주의력과 실행기능 등을 담당하는 부위로 저산소증에 매우 민감하다.

실행기능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상황에 맞게 자신의 행동이나 사고를 조절하는 능력을 일컫는다. 실행기능의 감퇴는 중등도 내지 중증 수면무호흡증에서 관찰되고 수면무호흡증을 치료한 후에도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고 했다.

강원대병원 수면센터에서는 임상적으로 치매의 전 단계로 볼 수 있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야간수면과 전두엽 기능의 연관성을 연구 보고한 바 있다.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수면의 유지가 곤란할수록 또는 깊은 수면이 줄어들수록 실행기능의 감퇴를 보였다. 또한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은 유전자형이 있는 경우 수면무호흡증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수면의 질이 나빠지면 실행기능이 감퇴될 수 있고 수면무호흡증은 경도인지장애에서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실제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는 정상 노인에 비해 수면무호흡증의 빈도가 높게 나타날 뿐 아니라 이로 인해 추가적 인지기능 감퇴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수면무호흡증이 있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지속적 양압기 치료를 유지한 결과, 주의력, 기억력, 정신운동 속도 등에서 의미 있는 개선 효과를 보인 최근의 연구는 주목할 만하다. 이는 치매로 진행할 위험성이 높은 노인에서 수면무호흡증의 치료가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노인에서 빈도가 높은 수면무호흡증을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ㅠ데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통해 치매의 위험요인을 낮추고 기억력 등 인지기능의 감퇴를 지연시키며, 궁극적으로 치매를 예방하는 데 기여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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