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술후 통증 대부분 '근육·인대 손상'
근력강화 운동·인대 강화 주사 효과
극심한 통증에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해 절박한 마음으로 치료를 받았지만 드라마틱한 효과를 보지 못한다면 환자들은 대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치료에 대한 불신을 갖기도 한다. 수년 전에 본원을 찾았던 30대 남성 환자도 이와 비슷한 사례였다. 수술을 받으면 좋아질 거라는 말에 큰 부담을 감수하고 디스크 제거 수술을 받았는데 수술 후에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아 전전긍긍하다가 내게 찾아온 것이다. 환자는 “수술한 병원에서는 잘됐으니 기다려 보라는데, 수술이 잘못된 게 맞죠?”라며 격양된 말투로 질문했다. 큰 수술을 받았음에도 증상이 여전하다면 환자 입장에서 흥분되고 화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니 수술 자체는 잘된 것으로 판단됐다.
척추 수술 후 통증이 줄어들지 않는 가장 단순한 원인은 '근육 손상'이다. 절개 수술을 받을 때가 이에 해당된다. 피부와 근육을 칼로 절개하고 수술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근육 및 연부조직의 손상이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회복 시간이 어느 정도 필요하다. 대개 근력 강화 운동을 처방받아서 꾸준히 진행하면 통증이 좋아진다. 나사못고정술, 인공디스크 치환술 등 큰 수술을 받을 때가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최근에는 절개 범위가 매우 작아졌기에 예전만큼 손상을 유발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통증이 여전할 수 있다. 이때는 '인대 손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디스크가 망가져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라면 인대도 상당히 약해져 있을 확률이 높다. 수술 후에 통증이 남아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인대강화주사를 시행하고 나서 통증이 해소되는 사례가 적지 않게 관찰된다. 앞서 소개한 남성 환자의 경우에도 8회 정도 주사 치료를 받은 후에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완화됐다. 예전에는 인대치료에 대한 주목도가 낮았지만 최근에는 많은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는 치료법이다. 마지막으로 수술 부위의 염증과 신경유착 때문에 통증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신경성형술을 통해 소염제를 주입하고 유착된 신경을 박리시켜주면 통증 완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어떤 시술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척추는 사후관리가 굉장히 중요하다. 시술 또는 수술을 잘 받아 놓고도 관리를 잘못해 치료효과를 떨어뜨리거나 악화되는 경우도 많다. 힘들게 치료받아놓고 다시금 병원 신세를 진다면 그만큼 불행한 일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치료과정에 문제가 없다면 주치의와 충분히 상의하며 사후관리 요령을 철저히 지킬 것을 권장한다. 특히 회복기에는 술과 담배를 반드시 멀리해야 한다. 많은 환자가 치료받은 당일에도 흡연을 하고 입원 중에 몰래 나가 술을 마시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습관이라 고칠 수 없고, 허리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큰 오산이다. 흡연은 혈액순환 장애를 일으켜 디스크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미세혈관의 혈액순환을 떨어뜨리고 뼛속의 영양분을 배출시켜 퇴행현상이나 변성을 부추길 수 있다. 술은 시술 부위의 염증을 일으켜 회복을 더디게 하므로 급성기에는 반드시 피해야 한다.
고도일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