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강원포럼]다시 시작하는 'K-방역'

이승준강원대병원장 호흡기내과 전문의

코로나19의 국내 첫 확진자 발생이 1월20일이었으니 이 질병과 넉 달 이상을 같이 지냈고 이제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하루 1,000명 가까운 환자가 발생했던 순간, 신천지 교인들을 통한 음성적이면서 광범위했던 전파, 비좁은 근로 공간과 비말이 많이 발생하는 콜센터에서의 다량 환자 발생, 최근의 이태원 클럽을 중심으로 벌어진 젊은이들 사이의 조용한 전파…. 한 가지씩 발생할 때마다 우리 모두 두려움과 함께 방역의 중점 포인트를 알아 가며 이겨내 왔다.

4월 말에 접어들며 한때 확진 환자가 10명 이하로 떨어지면서 코로나의 종식이 가까워진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와 함께 보건당국은 생활방역 정책으로 방역의 기조를 다소 완화했다. 하지만 모두의 바람과는 달리 최근 다시 확진자가 40~50명이 매일 발생해 이제 이 감염병은 우리와 함께 상당 기간을 공존할 것이 확실시된다. 싫지만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된 것이다.

최근 국회가 개원을 했다. 새로 뽑힌 의원들의 모습을 TV로 보면서 필자가 느낀 것은 이제 생활방역 지침 조차 지켜지지 않는 시기가 왔구나 하는 우려였다.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국회를 들어서는 의원도 많았다. 회의장에서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대부분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으며, 사회적 거리두기와는 거리가 먼 촘촘한 좌석에 앉아 회의를 하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국민을 대표하는 분들인데, 방역 지침이 지켜지지 않는 모습이 못내 아쉬웠다.

넉 달을 보내며 흰머리가 부쩍 늘어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며칠 전 외국의 연구 결과를 인용하면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감염의 확률을 80% 낮춰 준다고 말했다. 다시 한번 마스크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1m 거리두기도 역시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브리핑했다. 브리핑을 통해 상당한 시간이 흐르면서 시민들이 잊어버린 방역수칙 준수를 다시 한번 애타게 호소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은경 본부장의 숨은 노고와 고뇌를 목격해온 한 사람으로서 보는 사람이 다 미안해지는 풍경이었다.

장기화된 코로나 사태가 경제에 막대한 지장을 주고 있다. 연일 마이너스 경제 성장과 영업을 이어갈 수 없는 자영업자들의 얘기가 신문에 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야말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방역수칙 준수가 필요하다. 마스크 착용과 1m 이상 거리두기 같은 시민들이 스스로 지키는 방역활동은 경제를 나쁘게 하지도 않는다. 서로를 위한 방역수칙 준수는 중장기적으로 코로나의 전파를 줄여 경제를 빨리 정상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이제 호흡기전문의로서 다시금 용기를 내 식상해진 얘기를 강조하고자 한다.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다. “마스크를 착용하자. 손을 자주 씻자. 1m 거리두기를 하자”가 그것이다. 음식을 마시거나 먹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마스크를 벗어야 한다. 그래서 코로나19를 겪으며 필자가 새로 인식하게 된 주장도 추가하겠다. “차 마시는 문화를 잠시 멈추자. 식사하는 만남을 줄이자. 더워도 마스크를 벗지 말자.”

K-방역에 대해 세계가 수많은 칭찬을 쏟아내고 있다. 코로나를 포함한 급성 호흡기전염병에 대비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한다는 뉴스도 나온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시민이 스스로 행하는 방역임을 다시 한번 기억하자. 이 지겨운 전염병과 우리가 하루라도 빨리 헤어지기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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