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살때 신림동서 자취하며 막노동
틈틈이 공부 공인중개사 1기 합격
유통·영업 바닥부터 배우며 성장
놀부보쌈·(주)바른식 연이어 성공
사업 자리잡은 후 고향봉사 앞장
장학회·수술비 지원·체육회 활동
출향 강원도민 대축제 성공 개최
"행동하는 도민회 도에 실질적 도움"
“24살에 군 복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왔는데, 당시로선 젊은 내 자신이 가질 희망이 고향에는 없었어요. 양양이라는 곳이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던 지역이었는데, 내가 농사지을 땅은 한 평도 없었죠. 지금 생각하면 조금 쑥스럽기도 하지만 '청년 김천수의 희망을 찾아 서울로 간다'고 다짐하며 무작정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막노동으로 서울 생활 시작=고등학교 학력으로 우리나라 외식업계 프랜차이즈를 선도하고 있는 김천수(68·(주)바른식 대표) 강원도민회중앙회장이 16일 취임한다.
지금은 전국의 출향 강원인들을 이끄는 자리에 있지만 김 회장의 서울 생활은 신림동 자취, 막노동에서부터 시작됐다.
양양에서 자란 김 회장은 서울에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 몸이 아파도 하소연할 가족이나 친척이 없었던 터라 김 회장은 더욱 이를 악물었다. 당시 신림동 동방주택단지 조성 현장에서 일하며 산골 청년의 꿈을 키웠다. 신림동에서의 다진 각오가 지금의 김 회장을 만든 것이다. 그가 서울에서 가장 먼저 이룬 작은 성과는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이었다.
김 회장은 우리나라의 '공인중개사 1기 합격생'이다.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후 조그마한 일반 회사에 취직한 김천수 회장은 그곳에서 유통·영업을 배웠다. 이 같은 경험이 후일 김 회장의 창업에 큰 도움이 됐다.
또 그때 만난 사람이 부인 김순금씨다. 당시 처형이 음식점을 했는데, 이것이 인연이 돼 1980년대 중반에 처형과 놀부보쌈을 공동창업했다. 외식업 프랜차이즈 창업은 당시로선 획기적인 사업 아이템이었다. 하루에 3~4시간만 자며 가맹점에 제공할 음식 재료와 맛, 위생에 신경 쓰는 등 사업에 몰두한 결과 놀부보쌈은 국내에서 대표적인 외식업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1990년에는 충북 음성에 대규모 공장을 준공하는 등 사업은 번창했다. 놀부보쌈이 자리를 잡은후 김 회장은 회사에서 나와 (주)바른식을 창업했다. (주)바른식은 직영점 위주의 외식업 프랜차이즈다. 서울에만도 여러 개의 대형 직영점이 있다.
김 회장은 “사업이 자리를 잡기까지는 강원도 출향인들의 도움이 컸다. 강원도의 명예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위생과 맛을 지속적으로 신경 쓰고 있다”고 감사를 전했다.
■꾸준한 봉사·기부=자신의 사업이 자리를 잡은 후 김천수 회장이 가장 먼저 눈길을 돌린 것은 고향에 대한 기부·봉사다. 2008년에 자신의 모교인 양양중·고 후배들을 위한 현산장학회(현 양양중·고등학교장학회) 설립위원으로 참여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지휘자인 함신익 교수가 이끄는 함신익오케스트라의 양양공연을 개최하는 등 지역사회 문화 발전에도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있다.
양양중·고등학교 도서관 건립 시에는 수천 권의 도서를 기증했고 양양중·고 사이클부에는 버스를 기증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수년째 매년 1만여 장의 연탄을 양양지역 주민들에게 기증하고 있다. 고향의 편모·편부 조손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희망심기 행사를 주최했고,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비도 지원했다.
2013년부터는 재경양양군민회장, 2015년부터는 재경강원도 18개시·군민회 협의회장을 맡으며 고향사랑 지역을 강원도 전체로 넓혔다. 강원루지연맹 회장, 대한체육회 대의원, 대한루지경기연맹 부회장을 맡아 2018평창동계올림픽 성공 개최에도 앞장섰다.
김 회장의 중·고교 동창인 장충남 강원도자전거연맹 부회장은 “김 회장은 넉넉지 못한 가정형편에도 불구하고 학창 시절부터 자신보다 더 어려운 친구들을 돕는 데 모든 것을 아끼지 않았었다”고 회상했다.
■“강원도민회 조직 확대하겠다”=김 회장은 강원도민회중앙회 수석부회장은 맡은 지난해 제1회 '출향 강원도민 한마음 대축제' 준비위원장을 맡아 행사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도민회중앙회와 강원일보사가 공동으로 개최한 2019 출향 도민 한마음 대축제에는 전국에서 5,000여명의 출향인사가 참가했다.
전국의 출향 도민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사)강원도민회중앙회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었다.
김천수 회장은 “지난해 열린 출향 도민 한마음 대축제를 통해 출향 강원인들의 고향에 대한 사랑과 단합을 확인했다”며 “도민회중앙회 직능별 기능을 강화하는 등 조직을 확대하고 더욱 활성화시키겠다”고 말했다.
전국의 출향 강원인은 2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다. 강원도 인구수가 150만명인 점을 고려하면 매우 큰 규모다. 이 같은 규모의 출향 강원인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강원 발전의 밑거름이 되겠다는 각오다.
김천수 회장은 “우리 출향 강원인들이 그동안 쌓아 온 저력을 바탕으로 한 단계 발전을 위한 새로운 각오가 필요한 시기다. 이를 위해 소통과 화합을 중시해 하나 된 열정을 기반으로 도전을 위한 발돋움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원도를 위해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행동하는 도민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동안의 관습에서 벗어나 질적인 성장을 위해 조직 확대를 통한 부문별(직능별) 활성화에도 더욱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우리는 평창동계올림픽 성공을 계기로 강원인의 자긍심과 단합된 힘을 검증했고, 출향 도민 한마음 대축제를 통해 강원인의 하나 된 결집력을 보여 줬다. 도민회의 새로운 도전과 발전을 위한 밀알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규호 서울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