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빛과 어둠이 교대로 바뀌는 24시간 주기의 시간 속에서 살고 있다.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는 지구의 자전 때문에 설정되는 이 시간은 우리 뇌에서 발생하는 원래의 생체리듬 주기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개인에 따라 짧게는 몇 분에서 길게는 몇십 분에 이르기까지 이 내적인 주기가 차이가 날 수 있고, 평균 주기는 24시간을 약간 초과한다고 알려져 왔다. 만일 우리가 빛이 없는 굴 속에서 생활한다면 지구의 자전에 의한 빛의 출몰 환경에서 벗어나게 되므로 24시간과 차이가 있는 개인 생체리듬의 원래 주기가 발현된다. 이러한 영향으로 우리의 자고 깨는 리듬도 달라진다.
뇌의 교차상핵에서 만들어지는 이 내적 리듬이 외부 환경과의 조화가 깨지게 되면 생체리듬의 교란 현상이 나타나면서 그것이 뇌 기능에 영향을 줘 인지 능력의 감퇴를 초래하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외부의 빛을 인식하는 인체의 기능은 눈의 망막에 있는 빛의 수용체를 자극해 신경 경로를 따라 뇌에 전달되는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다. 빛은 일반적으로 사물의 형태를 인식하는 시각체계 외에 앞서 말한 생체리듬의 변화를 일으키는 비시각체계에 작용해 멜라토닌과 코르티솔 분비, 수면-각성 주기 등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수시간 또는 수일이 지나서 관찰될 수 있으나 빛에 의한 즉각적인 효과로는 멜라토닌 감소, 동공 수축, 각성 등이 동반된다. 특히 빛이 뇌의 특정 부위를 활성화하면서 주의력 등의 인지 향상을 보이는 효과도 확인된 바 있다.
이외에도 빛은 수면의 질 자체에 직접 변화를 줌으로써 인지 능력에 영향을 주거나 빛이 직접 각성을 유발해 인지 능력에 영향을 주는 작용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물론 빛에 의해 생체리듬의 교란이 먼저 일어나고 이후에 수면 또는 각성에 변화를 준 결과로 인지 능력이 감퇴하는 과정도 거칠 수 있다. 또한 그 감퇴 정도는 빛의 파장, 강도, 노출 시간의 길이나 시간대 등에 따라 차이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복잡하고 다면적인 현상을 밝히려는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최근 강원대병원 수면센터에서도 빛의 파장이 비교적 짧은 청색광이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의 수면과 인지 능력에 미치는 변화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여 2019년 세계수면학회에 그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현재는 경도인지장애 환자에서 빛 노출과 멜라토닌 리듬의 연관성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생체리듬의 이상이 치매를 예측하는 위험인자로서의 가능성이 있는지 규명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치매 예방과 조기 진단에 관한 수면 연구가 한 단계 발전하는 기반이 수립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수면 장애와 인지 장애의 상호 관련성이 노인의 보건의료에 적용되면 노인의 삶의 질을 보다 높일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