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이정희 교수의수면과 생체리듬]잠자기 전 태블릿·스마트폰 사용하면 각종 질병 위험도 높여

(4) 야간의 과도한 빛 노출

인체의 모든 세포나 조직에는 자율적인 생체시계가 있다. 그중에서 주도적으로 행동이나 생리적 리듬을 통제하는 중추의 생체시계가 뇌의 교차상핵에 존재하는데, 이것은 눈을 통해 외부로부터의 빛의 노출에 영향을 받는다. 외부의 빛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형태를 인식하는 시각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빛에 적응하는 생리적 측면으로 설명된다.

빛의 신호는 망막의 신경절세포에 있는 멜라놉신을 통해 뇌의 생체리듬 조절 중추에 전달되고, 감정, 기억, 인지기능 등과 연관된 뇌의 인접 부위 등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게 된다.

야간의 빛 노출과 관련된 교대근무자 연구 등에서 생체리듬의 이상이 수면장애, 우울증, 심혈관질환, 대사성 질환 등의 발생 빈도를 높이고 암 발생 원인과도 관련이 있음을 시사했다. 현대인의 직장 근무는 주간에 정해진 시간보다 연장 근무를 하거나 근무시간이 저녁 또는 야간에 해당되는 교대근무가 보편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간과할 수 없다.

공기오염(Air pollution) 못지않게 빛의 오염(Light pollution), 즉 빛의 과노출은 산업화된 사회의 특징으로 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특히 빛 노출에 의한 멜라토닌 감소가 종양 발생을 촉진한다는 연구도 보고됐다. 이러한 야간의 빛에 과노출되는 것과 아울러 낮의 빛에 적게 노출되는 생활 양식이 더욱 문제가 되는데, 이는 도시의 생활 환경이 생체리듬 조절에 필요한 적절한 빛 자극 신호를 받지 못하도록 만들어 수면-각성 리듬이 흐트러지고 야간에 수면의 질도 낮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축을 할 때 낮에는 자연광에 최대한 노출되고 야간 조명에 사용되는 전구의 종류, 디자인, 조절시스템을 고려해 빌딩을 설계하고 조명을 설치하는 방법을 보편화하는 것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빛이 우리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빛을 받는 시점, 강도, 노출 시간, 파장 등에 의해 모두 달라진다.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취침 전에 태블릿, 스마트폰 등을 사용하면 다음 날 아침에 생체리듬의 지연, 멜라토닌 분비의 억제, 수면의 질 저하, 인지기능의 감퇴 등을 초래한다고 했다. 2013년에 미국의학회는 빛의 오염이 건강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관해 경고했으며, 생체리듬과 수면의 이상이 특정 암뿐만 아니라 비만, 당뇨병, 정신질환의 위험도를 높인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개인의 생활 습관에도 낮과 밤의 빛 노출량에 대한 밸런스를 적절하게 유지하려는 실천이 건강의 증진과 질병의 예방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특히 노인들은 실외 활동의 감소로 인해 강한 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감소하게 된다. 또한 눈의 수정체, 망막의 노화와 더불어 빛의 신호가 뇌에 전달되는 경로에도 신경퇴행적인 변화가 온다. 따라서 빛 자극에 의한 생체리듬 조절기능이 떨어져 이로 인한 수면의 질 저하 및 인지기능 감퇴가 나타난다. 즉, 노인의 생활 습관에서 낮과 밤의 빛 노출량에 대한 밸런스를 적절하게 유지하려는 실천은 훨씬 중요하며 치매의 예방에도 첫걸음이 될 수 있다.

강원대병원 수면센터장·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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