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위를 둘러보면 나이가 들며 허리가 구부정해진 어르신을 많이 보게 된다. 사람들은 이를 자연스러운 노화의 과정이라고 여기지만 이는 척추질환이 제때 치료되지 않고 방치돼 나타난 변형이라고 봐야 옳다.
허리가 구부정해지는 것은 아파서다. 허리를 펴면 아프다보니 점차 구부정하게 생활하게 되고 오랜 시간 축적되면서 척추가 전반적으로 약해져 변형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만약 허리를 펴기 힘든 통증을 겪고 있다면 척추관협착증 또는 후관절증후군(후관절통)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오늘은 이 중에서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후관절증후군에 대해 소개한다.
후관절증후군은 척추 뒤쪽에 위치한 후관절에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거나 갑작스러운 충격에 의해 손상되면서 염증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이때 후관절에 분포된 신경이 압박을 받으며 극심한 통증이 나타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면 허리가 뻣뻣하고 통증이 심하고, 특히 몸을 비틀거나 허리를 펼 때 통증이 심해져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다니는 것이 편해진다. 척추관협착증과 증상이 유사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척추관협착증은 다리통증이 동반되는 반면에 후관절증후군은 다리통증 없이 허리통증만 나타난다는 차이점이 있다.
최근에 진료했던 환자 중 70대 할머니가 있었는데, 전형적인 후관절증후군 환자였다. 흔히 말하는 '꼬부랑 할머니'였다. 환자는 내원 1년 전부터 허리통증이 심해져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고 생활했다고 한다. 다리가 아프거나 당기는 증상은 없었기에 척추관협착증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엑스레이 검사 결과 상 디스크가 좁아지고 인대와 후관절이 마모된 흔적이 발견됐다.
보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적외선체열검사를 진행해 보니 이 환자는 허리 부위에 심한 마찰에 의한 염증이 있었다. 디스크와 인대에도 문제가 있었으나 허리를 펼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은 못 됐기에 후관절증후군으로 진단됐다. 환자는 곧바로 내측지차단술(MBB)을 이용해 후관절의 염증을 가라앉히는 치료를 시작했다. 척추 주변 인대가 매우 약해져 있는 상태였기에 강화주사 치료를 병행했고 다행스럽게도 치료효과가 나타나 통증이 많이 줄어들게 됐다.
이 환자의 경우 너무 늦지 않게 병원을 찾아 잘 치료가 된 좋은 케이스다. 후관절증후군은 지속될 경우 척추가 변형되면서 척추불안정증, 척추관협착증이 함께 생길 수 있다. 이때는 치료가 매우 까다로워진다. 게다가 평소 자세가 구부정하다 보니 장기가 압박을 받아 각종 기능장애와 질병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강은 스스로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나 주위에서 가족들이 따뜻한 관심의 시선으로 살펴봐주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 가족을 위해 한평생 헌신한 우리네 부모님들의 훈장이 '꼬부랑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니었으면 한다.